“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세트톱박스 시장이 개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입찰 성공을 계기로 내수시장에서도 해외시장에서 거둔 성공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두리라고 자신합니다.”
지난 10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에서 실시한 위성방송 수신용 세트톱박스 입찰에서 현대디지탈테크(htttp://www.hdt.co.kr)가 이 분야의 선두기업인 휴맥스와 대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따냈다. 총 30만대로 책정된 입찰물량중 15만대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현대디지탈테크의 정규철 사장(50)은 이번 입찰성공으로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사실 이번 입찰은 국내 세트톱박스 판매전의 시발점일 뿐 아니라 입찰에 성공한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디지털방송 시대의 선두주자이자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더구나 한국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에게 제품을 공급한 실적이 앞으로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제한수신시스템 라이선스를 따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했다.
일부에서는 입찰을 따내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한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지만 정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탄탄한 개발인력과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사업을 탄력있게 운용해온 저희로서는 충분히 맞출 수 있는 가격입니다. 특히 15만대는 적은 물량이 아니지요. 고정비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마진은 적어도 입찰을 통해 누리게 될 반사이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 크지요.”
사실 현대디지탈테크는 해외에서 세트톱박스보다 DVD플레이어와 DVD가라오케로 더 유명하다. DVD플레이어는 지난 4월 중동에 4500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가라오케는 대만에서 시장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한 상태.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기반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품목 발굴에 몰두한 결과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찾게 된 것.
“세트톱박스는 대수기준으로 연평균 26% 성장이 예고된 디지털가전의 꽃입니다. 앞으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면 주문형비디오와 양방향데이터서비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세상을 펼치는 데 세트톱박스가 핵심기기가 될 것입니다. 홈서버가 되는 것이지요. 음성과 영상 및 데이터 처리기술을 모두 갖춘 저희로서는 시장이 열리기만 기다릴 뿐 준비는 모두 갖춘 셈입니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미디어캐스트에 PVR(Personal Vedio Recording) 기능을 접목한 세트톱박스를 선보인 데서도 입증된다. PVR 기능은 디지털방송을 실시간으로 녹화재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물론 기술력만으로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 4월 현대전자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의 일부가 분사해 설립된 현대디지탈테크는 개발과 생산 및 영업 등 관련인력 전부가 그대로 분사, 조직력의 와해나 해이가 없었던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특히 생산관리 및 양산에 관한 노하우를 갖춘 인력의 이탈이 없었던 점이 빠른 사업전환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국내 벤처들 대부분이 제품개발을 완료하고도 생산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산기술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세트톱박스는 MPEG2 기반의 공개된 기술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낮지만 안정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무료방송은 모두 수신된다고 구입했는 데 어떤 건 나오고 어떤 건 안나온다면 말이 안되잖아요.”
첫해 142억원, 이듬해 253억원, 2000년 503억원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고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38% 늘어난 30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연말까지 840억원 매출 목표 달성도 무난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현대전자에서 분사할 당시 5년내 매출 1억달러, 경상이익 1000만달러를 달성하자는 것이 저희 목표였습니다. 그동안 실적을 보면 목표달성은 어렵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주주에게 이익을 실현시키는 기업, 개인의 성취감을 완성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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