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리정보시스템(GIS)시장이 침체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국가지리정보체계(NGIS)사업을 추진하는 건설교통부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건교부가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2단계 NGIS사업 추진을 위해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예산안은 총 1조3500억원. 언뜻 보면 적지 않은 규모인 것 같지만 실제 사정은 이와 다르다.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예산규모는 2700억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 1단계 5개년 사업이 당초 계획 대비 60% 수준인 3000억원에 머문 사실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과 실제 집행되는 예산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건교부가 GIS사업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NGIS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조직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건교부내 NGIS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은 팀 수준으로 과(科)보다도 위상이 낮아 사업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또 NGIS사업을 담당하는 실무 공무원들도 너무 자주 교체돼 사업의 연속성이 끊기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국가 GIS사업에 너무 많은 정부 부처가 얽혀 있어 실무적인 사업추진에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지하시설물도 전산화사업의 경우 상하수도·가스관·통신선·전력선 등 7개 지하시설물마다 주관부처가 달라 혼선이 야기된다는 주장이다. 정밀 위성영상을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국가정보원과 정통부·건교부 등이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마직막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동안 정부부처 및 기관별로 따로 구축해온 국가 GIS유통망을 통합하는 작업과 기술표준화문제 역시 수차례의 논의끝에 이제서야 겨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GIS 중복투자문제를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국가 GIS사업 추진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관련 부처의 GIS사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감사원이 1단계 NGIS사업에서 추진체계 미비, 부처이기주의, 중복투자 등으로 총 실적의 50%에 달하는 1500억원이 낭비됐다고 지적해 결과적으로 정부 GIS사업 축소를 불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이로 인해 건교부·행자부·정통부 등 관계부처의 사업진행이 주춤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감사원이 토지관리정보체계와 지방자치단체의 토지정보시스템사업을 중복투자로 지적하는 바람에 기껏 진행하던 서울시내 2개 구청 프로젝트를 마지막 순간에 날려버렸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GIS전문가들은 “GIS사업에 대한 정부부처간 중복투자와 혼선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지리정보(framework data)와 속성정보를 담은 각종 주제도의 제작 및 활용과 업그레이드 등에 관한 정부부처·민간·지방자치단체간의 명확한 역할분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건교부는 NGIS사업을 시작한 지난 95년만 해도 450억원 규모에 불과하던 GIS시장이 99년에는 2490억원 규모 시장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오는 2005년까지 2조원대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발표대로 국내 GIS시장이 급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중소업체 지원이나 일과성 사업 추진 보다는 국가지리정보의 종합적 구축과 활용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서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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