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교육 붐이 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선·오라클 등 컴퓨터업체들이 인정하는 국제공인자격증(IRC)을 취득하기 위해 IT교육기관에 등록, 컴퓨터나 인터넷에 관해 공부하는 학생이나 재취업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IT교육시장을 겨냥해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이같은 교육 열기를 반영하듯 최근 주요 일간지에는 국제공인자격증 과정이나 IT교육 과정에 관한 교육생 모집광고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IT교육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것 아니냐며 과열 분위기를 우려하기도 한다.
일반 IT교육기관뿐 아니라 미래의 IT일꾼을 키워내고 있는 대학 역시 방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IT교육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으며 정보통신센터를 구축, IT교육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그렇다면 국내에 이처럼 IT교육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향후 국내 산업구조가 IT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데서 찾고 있다. 국내 IT산업은 이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며 머지않아 국민경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게다가 정통부가 최근 소프트웨어산업을 중심으로 IT를 전략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조선·자동차·반도체 등의 맥을 잇는 수출산업으로 IT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알려지면서 IT업체들의 기대치도 한결 높아졌다.
하지만 IT를 국가 대표산업으로 견인하기 위한 역량있는 전문인력이 태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을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연구개발 인력이 없어 고액의 연봉을 주고 타사의 고급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대학이나 민간 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배출하는 IT인력들이 대부분 기초교육만 받았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IT인력이 필요한가. 또 IT인력의 전문성은 어느 정도일까.
IT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산업 초창기 단계에선 고급 엔지니어나 개발인력이 많이 필요치 않았으나 IT를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기존의 인력으로는 결코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어느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가부터 살펴보자. 정부부처 또는 기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005년까지 대략 14만명의 IT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오는 2005년까지 연간 9만명의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향후 4년간 45만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14만명 정도의 IT인력이 부족한데 학사 이하 인력이 13만명, 석·박사급 고급인력이 대략 1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통부측은 향후 5년간 IT종사자의 평균 성장률은 4.8%에 달하는 반면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1.7%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IT인력 수급 예측은 훨씬 비관적이다. 전경련은 향후 10년간 국내 및 해외 부문 IT인력 수요를 연간 20만명씩 총 2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추정한 신규 소요 인력에 비해 연간 11만명 정도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IT인력 수요가 예측기관마다 다르지만 IT인력 수급문제의 본질이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면에 있다는 점에서는 대체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경제단체 및 관련 연구기관들은 재훈련 등으로 대체 가능한 학사급 이하의 인력보다는 IT시스템 설계자, 네트워크 전문가 등 석·박사급 고급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국내 IT인력 공급 상황은 어떤가. 전문대학과 대학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이 2001학년도의 경우 18만명, 대학원 이상이 36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가운데 70%가 전문대 수준의 인력이며 대졸자의 경우도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지 못해 현장 적응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인력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직업능력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인사 담당자의 41%, 신입사원의 65%가 대학교육과 현장의 기술수준 차이가 크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신입 직원이 업무 적응에 걸리는 시간이 1년 이상인 경우가 70%, 2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25.5%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제 학교를 갓 졸업한 사람보다는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 교육훈련도 실업자 위주 교육으로 진행돼 수급격차를 보완하는 데 미흡해 인력부족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못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이같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통부·노동부 등 정부기관들이 앞다퉈 IT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통부의 국제공인자격증 교육과정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나 노동부의 교육비 환급 정책이다.
특히 정통부는 OCP·SCJP·MCSE·CCNA·LPIC 등 각종 IT국제공인자격증 교육을 실시하는 전문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교육비의 50% 가량을 지원키로 하고 최근 전문 교육기관 선정 작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일반 대학생·휴직자·IT업체 직원 등을 중심으로 국제공인자격증 교육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정통부로부터 국제공인자격증 전문 교육기관으로 선정된 대학교 부설 IT교육원, IT업체 부설 교육센터, IT전문학원, 주요 협회 부설교육센터 등은 교육생 모집에 나서고 있으며 국제공인교육과정을 추가 개설하는 등 국제공인자격증 관련 교육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공인자격증 교육 열풍이 불면서 IT의 기본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는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선·시스코 등의 솔루션이나 개발도구에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IT인력들이 많이 배출돼 IT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정통부는 해외 IT교육기관과 협력해 IT교육을 실시하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IT인력 양성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부 역시 직업훈련기관이나 IT학원을 대상으로 교육비 환급 혜택을 주는 등 IT인력 양상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IT교육사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으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정통부의 지원정책에 편승해 많은 교육기관이 너도나도 이 사업에 진출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정통부의 국제공인자격증 지원기관으로 선정되지 않고도 마치 정부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것처럼 일반인을 현혹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일부 IT교육과정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국제공인자격증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들이 급작스럽게 늘어났지만 정작 교육을 받을 대상은 그렇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IT교육기관의 관계자는 “이번에 정통부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IT교육기관들이 강남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테헤란로에 몰려 있다”며 교육생 모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IT교육기관들은 전임강사를 채용하기보다는 시간강사를 채용, 교육 충실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IT교육기관들이 교육생들을 얼마나 IT업체에 취업시킬 수 있는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대다수 IT교육기관들이 교육장과 별도로 취업보도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취업을 의뢰할 수 있는 협력업체가 많지 않은데다 IT업체 부설교육기관이 아닌 경우에는 교육생들의 취업이 힘들어지는 사태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IT교육열기가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국내 IT산업의 기본 인프라를 다지는 데 일조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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