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저작권보호 업계 `제살깎기` 가격인하 경쟁

 최근 디지털저작권보호시장에 업계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저작권 보호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제품수요가 극히 미미한 가운데 일부 번들용 음반CD나 문서보호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일자 앞다퉈 덤핑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갓 발아하기 시작한 디지털저작권보호시장이 자칫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례=최근 S그룹이 자사 고객에게 증정하기 위한 번들용 음악CD 수백만장을 제작하면서 디지털저작권보호업체를 대상으로 공급가격 제안서를 제출 받았다.

  총 1억7000만원에 공급한다는 제안서를 제출한 디지털저작권보호업체인 M사는 S사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얻고 느긋해 했다.

 그러나 M사는 ‘S사가 일주일 후 또다른 저작권보호업체인 I사와 1500만원에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I사는 무려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초저가를 내세운 것이다.

 또 국내에 진출한 미 컴퓨터업체와 1억5000만원 규모의 제품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던 A사는 곧 공급계약을 포기해야만 했다.

 3000만∼4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조건을 내세운 또 다른 디지털저작권보호업체가 나타나 계약을 가로챘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간 가격인하 경쟁은 계약 이전인 협상단계에서부터 점화되는 등 점차 과열되고 있다.

 ◇배경과 전망=이제 갓 발아한 디지털저작권보호시장은 공급업체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나 수요는 거의 미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인하 경쟁은 불가피하다. 현재 이 시장에 참여한 업체 수는 10여개를 상회한다. 또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신규 참여 업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수요는 일부 번들용 음반CD와 기업문서 보안시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아직 시작단계기 때문이다. 또 저작권보호솔루션의 가격기준이 애매한 것도 가격인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출혈경쟁은 시장기반이 다져질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수익성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경영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여파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는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잘 돼 있는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수익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응용기술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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