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술력과 시장성을 입증받은 벤처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의 무역 및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국내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중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만 150여개 정보기술(IT)업체가 이미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또 베이징에 여관방을 잡고 중국 진출의 꿈을 키우는 기업도 50여개가 넘는다고 하니 중국 진출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진출이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기업인들은 동양 문화권인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중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꿰뚫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필자가 알고 있는 A사는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쓴맛’을 보았다. 콘텐츠 제공업체인 이 회사는 국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후 중국에 진출했다. 국내에서의 사업모델을 조금만 변형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으나 예상과 달리 상황이 어려워졌다. 국내 콘텐츠를 번역만 하면 되리라 생각했지만 동영상이나 이미지 파일을 사용해 치장하는 것이 인터넷 접속시간을 느리게 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사이트 구축 후에도 상당한 광고공세를 펼쳤으나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반면 PC방을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종합정보관(메가 웹스테이션) 성격으로 확장한 사업모델로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H사의 경우는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다. “PC방이 무슨 벤처야?” H사가 처음 메가 웹스테이션으로 중국 땅에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 손님들이 드나들며 인터넷·게임·증권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있다. H사는 특히 인터넷사업으로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10개 벤처기업들이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벤처들이 중국 현지에서 열악한 통신 인프라, 거래 불안정성, 법규 미비 등의 문제에 부닥친다. 또 확고한 자국시장 보호정책, 사회주의체제에서 형성된 관행과 문화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시장환경과 관행, 문화, 언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
또 중국인들은 문서상 계약에 구속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업무 제휴서 등의 문서를 교환했다고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상거래 관행상 이는 의미가 크지 않다. 그리고 중국 IT업체들의 부풀려진 자사 홍보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대다수 업체들이 중국인 특유의 수사법으로 자사의 인지도, 업무능력 등을 과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외시장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법률 자문, 파트너 물색 등 종합적인 컨설팅에 나서야 벤처기업의 부담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중국은 우리 벤처인들이 뻗어나갈 큰 시장이다. 중국 진출에 대한 지원 시스템과 정보가 미흡한 점을 감안하면 벤처기업의 고전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그러면 중국의 ‘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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