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음반시장은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와 함께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상반기 전체 매출 규모만을 놓고 봤을 때 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상반기 음반 판매량은 1500만장으로 1280만장이 팔린 작년동기대비 17% 성장했으며 CD 음반판매량은 720만장이 팔려나가 46%의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97년 4100억원 규모였던 음반시장이 IMF 직후인 98년 3500억원대로 축소된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불황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 상반기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상당부분 편집음반(컴필레이션 앨범) 붐에 편승한 것이었다.
올 상반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도레미미디어의 편집음반 ‘연가’는 150만장이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리며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또 9위에 오른 록레코드의 ‘애수’가 27만8000장, 동아뮤직의 ‘러브’가 17만3000장 판매되는 등 50위권에만 편집음반 6개가 진입했다. 편집음반이 강세의 수준을 벗어나 시장을 잠식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기존에 나와있는 수십곡의 음원을 묶어 CD 4∼6장으로 판매하는 편집음반의 특성상 결국 일반 ‘스튜디오 음반’ 판매를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벌써 이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99년과 2000년에는 5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이 각각 11개, 13개였던 반면, 올 상반기에는 연가를 제외하면 김건모 7집 하나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 하반기 음반판매량이 상반기보다 약간 늘어난 1600만∼1700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많은 음반이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양보다 질이라고 지적한다. ‘편집음반’을 통한 판매가 늘어날 경우 1∼2년 후에 시장을 침체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반길 일이 아니라는 것.
또 수십곡을 살 수 있는 편집음반이 인기를 끌면 무명 신인가수의 음반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게 된다. 신인가수의 부진은 결국 심각한 음원고갈 현상을 초래해 국내 음반 산업 전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음반 기획·제작사들도 편집음반 발매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등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음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MP3 불법 다운로드’ 도 중요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회원 수 300만명에 달하는 MP3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리바다를 통한 음원 유통은 오프라인 음반 판매에 일정 정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이에 소리바다를 운영하는 양일환·양정환 형제에 대해 저작권인접권 침해혐의로 지난 1월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에따라 음반산업협회는 9월에 ‘음반제작자신탁관리협회’을 발족시키고 소리바다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다 국내 경기가 불황도 음반업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재인 음반 판매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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