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2)세계 각국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

지난해 7월 21일, 일본 오키나와 현 나고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고부치 일본 총리 등 세계 주요 정상이 모인 이곳은 디지털콘텐츠산업을 21세기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선진각국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23일까지 열린 G8 정상회담이 남긴 성과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디지털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정상들의 합의가 담겨진 ‘글로벌정보사회에 관한 오키나와 헌장’이 단연 돋보인다.

 세계적인 경제통신사 블룸버그통신은 당시 G8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세계각국이 정보기술과 디지털콘텐츠의 산업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이를 좁히고 경제적 이해의 장으로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극찬했다.

 미국·영국·일본을 비롯한 주요 경제선진국은 디지털콘텐츠를 한 산업군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미래 주도산업,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종 미디어에 담긴 내용물’로 정의되는 디지털콘텐츠는 21세기 신산업혁명으로 불릴 만큼 그 위력이나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각국은 또 부가가치가 가장 높으면서도 고도성장산업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콘텐츠 부흥을 위해 국력을 총집결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정부는 물론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상무부가 산업육성의 일선지휘를 맡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상무부가 발표한 ‘디지털 보고서’는 미국의 디지털콘텐츠산업육성을 위한 전략의 근간을 말해 주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디지털 기회로’라는 부제로 설정된 이 보고서는 △인터넷과 같은 기술에 대한 접근을 폭넓게 한다 △훈련과정을 국민에게 제공한다 △인터넷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도록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의 발전을 촉진시킨다 등의 세 가지 핵심전략을 자세하게 담고 있다.

 지난 90년 초부터 일본에 대해 경쟁력우위요소를 상실하면서 위기를 맞았던 미국은 이후 정보화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인터넷인구는 1억1800만명에 달하고 인터넷이용시간은 1인당 월 8시간 17분에 이른다. 가구당 인터넷보급률은 이미 50%를 넘어 12%에 불과한 유럽에 비해 크게 앞서게 됐다.

 콘텐츠기업인 타임워너를 합병한 미국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AOL은 지난 한해동안에만 영화 등 콘텐츠분야에서 무려 36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의 콘텐츠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천문학적인 규모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아웃소싱의 확대, 기업인수합병, 기업간 전략제휴, 방송과 통신사업의 재편성, 재정지원, 콘텐츠개발 및 보급지원 등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산업발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재팬’으로 요약되는 일본의 디지털콘텐츠산업진흥전략은 ‘국가경쟁력=디지털산업경쟁력’이라는 모토에서 출발한다.

 국가이슈를 ‘정보기술과 디지털콘텐츠’로 삼은 일본은 국민운동은 물론 정부의 관련 법률 및 제도 정비에서도 철저하다. 모리요시로 총리는 디지털경제체제 구축을 위해 행정조직까지 바꾸는 열의를 보였다. 1부22청을 1부12청과 성으로 행정력을 조직화한 것.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1억2000만 전 국민의 인터넷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e재팬’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지난해말 우정성을 중심으로 산학관 협력체계를 가동시킨 디지털콘텐츠연구회를 출범시키고 ‘21세기 정보통신 기술계획’을 수립하면서 인터넷 개발 및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업내용의 핵심은 디지털콘텐츠의 비즈니스화다.

 새로 취임한 고이즈미 총리도 최근 정보기술 및 디지털콘텐츠 사업육성을 정부의 주력 육성업종으로 삼아 집중 육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휴대폰의 인터넷화에서 세계 최강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NTT도코모의 ‘I-모드’는 19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일본 무선인터넷분야의 잠재성을 실감케 한다. 일본은 또 모바일 콘텐츠와 게임,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영국도 정부 주도하에 디지털콘텐츠산업의 ‘대영제국’을 꿈꾸고 있다.

 지난 97년 ‘신 노동당 신 영국’ 선거공략으로 내세우면서 총리에 당선된 토니 블레어는 신 영국의 핵심으로 지식산업과 문화산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선정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세계최초로 전자상거래 장관으로 임명한 패트리셔 휴위트는 지난해 2월 ‘디지털콘텐츠분야 육성을 위한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영국의 미래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모두 9개 부문에 10개의 전략이 담긴 이 계획서를 요약하면 크게 △디지털콘텐츠 수출 촉진방안 △관련기술 개발 △관련산업의 데이터베이스화 등 세 가지다.

 특히 이 계획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신문·방송은 물론 문화소프트웨어 분야 20개 기관 대표가 참여해 만든 것이라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정부는 이와 별도로 재무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관련업계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영국은 이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음반시장의 18%, 게임시장의 25%를 차지할 만큼 디지털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했다. 또 디지털콘텐츠산업에서 발생되는 매출액이 1000억파운드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만큼 늘어났다. 또 이 분야에서만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의 디지털콘텐츠산업은 ‘수익확보’와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는 지난 95년 산업청 주도로 ‘정보고속도로 자문위원회(IHC)’를 출범시키면서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IHC의 핵심전략은 △세제공제 대상을 영화나 비디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포함한 온라인 저작물 등으로 확대한다 △온라인미디어에 대해서도 별도 세제감면을 적용한다 △디지털콘텐츠생산기업에도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한다 등이다.

 IHC는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접목, 콘텐츠 육성기금 확대, 산학과 개념의 도입, 수출진흥 등의 정책을 구사해 나가기로 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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