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IP산업 동향과 국내 IP산업의 발전 가능성

 서지선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 책임연구원 

 88년 고려대학교 전자전산학과 졸업

 90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졸업

 90∼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연구원

 96년∼현재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연구원

 jissuh@sipac.org

 ◇IP의 대두=IP(Intellectual Property)란 재사용 가능한 반도체 설계 모듈을 말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는데 SIP(Semiconductor IP, Silicon IP), VC(Virtual Component)가 대표적이다. 그 종류도 형태에 따라 Soft IP, Firm IP, Hard IP등으로 나뉜다.

 IP 시장은 보다 빠르고 쉽게 반도체를 설계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요구와 맞물려 매년 평균 40% 이상의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P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관련기술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최근들어 IP는 반도체가 시스템과 통합되는 시스템온칩(SoC)화 과정을 겪으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고 검증된 반도체 모듈을 새로운 칩의 설계 때 일부분으로 다시 사용한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벌게 되고 시장진입도 빠르다.

 그러나 기존 IP는 그동안 재사용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응용 칩에 적용하거나 다양한 공정에서 사실상 사용하기 어렵다. 또 독립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유통체계를 갖추기란 더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좋은 IP의 개발은 좋은 설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요건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제적인 기관과 기업에서 표준안, 유통모델 등을 내놓으면서 IP 비즈니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IP의 특성=반도체IP는 타 분야와는 달리 지재권·기술·산업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비즈니스가 쉽지 않다.

 IP는 기술집약도가 높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 및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설계 및 제조의 핵심 분야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쉽게 무단복제가 가능하여 침해되기 쉬운 특징이 있다. 이러한 무단복제자의 이익과 창작자에게 주는 손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제정의 필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IP는 그 특성상 특허권이나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특허로서 IP를 보호하고자 할 때 Hard IP의 경우는 집적회로의 공간적 배치를 나타낸 설계도면이기 때문에 선행기술조사 또는 신규성, 진보성 등의 특허성 판단이 곤란하다. 또 반도체기술이 급진전되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심사기간이 긴 특허로는 IP의 신속한 권리보호가 불가능하다.

 저작권도 마찬가지다.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이 IP도면이기 때문에 도면 자체에 대해서만 보호가 가능할 뿐이어서 사실상 실용제품에 대한 보호는 불가능하다. 그림 참조 

 또한 기술적으로는 모든 정보기기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면서 연평균 58%의 집적도 증가율과 설계 능력이 매년 21% 이상 향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무선통신 등의 정보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보다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SoC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IP 및 관련 공정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IP는 산업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아야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볼트나 너트처럼 반도체 설계도 세계적인 표준 규격을 갖추거나 전자회로 설계에 사용되는 IC 데이터북처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돼야만 제대로된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 IP산업의 문제점=국내의 경우에는 반도체산업이 대기업에 의한 메모리 중심으로 편중돼 공정기술은 세계적이나 IP의 개발은 아주 미미하다. 아직까지 IP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돼 있고 고부가가치의 시스템 제품 설계에 필요한 IP는 주로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상품으로 개발되어 IP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큰 로열티 부담으로 인하여 IP지재권의 수입 및 활용이 불가능하여 제품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학의 경우에는 기존의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의 지원으로 IP 개발이 가능한 풍부한 인적자원과 컴퓨터, SW 등 물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으나 연구개발비의 부족과 중소기업 및 대기업과의 연계부족으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사 개발하더라도 국내에 IP의 판매를 담당하는 상거래 인프라가 없어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개발 및 판매 실적이 미미하다.

 최근들어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은 누가 좋은 설계기술과 공정기술을 확보하는가보다는 누가 먼저 적시에 제품을 내놓느냐로 변하고 있다. 아니면 퀄컴이나 램버스처럼 표준을 갖고 있거나 유통의 주도권을 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그림5 참조

 표준화된 IP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IP 유통의 장단점=IP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IP 개발자와 공급자가 있어야 하고 IP의 조달에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이 절감돼야 한다. IP는 특성상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많으나 사용자에게는 저렴하게 공급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

 때문에 영국의 VCX나 프랑스의 D&R 같은 IP거래소에서는 IP의 유통비용을 절감시켜 보다 많은 IP를 판매하기 위해서 IP의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일반 상품의 판매처럼 IP도 전자상거래를 활용하여 유통비용을 절감함으로써 IP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IP 유통경로의 정비와 IP의 적정한 가격 평가방법의 확립이 필요하다. 게다가 IP에는 문자 그대로 지적소유권이 들어있으므로 지적소유권 보호에 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현재 IP 유통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유통 시스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차 더 복잡해지고 가속화되는 신제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는 독자적인 제품 개발보다는 기업간·국가간 협업이 절실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바로 IP 유통이다. 그림4 참조

 그러나 IP 유통 시스템이 없이 IP 거래를 하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 보다 체계적인 IP거래를 위해서는 △IP를 제공하는 측과 IP를 사용하여 설계하는 측의 기술적 차이 △적합한 IP 선택을 위한 평가시 다양한 상업적 요구 △거래되는 IP의 법적 책임관계와 라이센스 허가 등의 문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국내외 IP 관련기관 현황과 문제점=미국과 유럽은 이미 IP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 또는 대기업의 상호 출연의 방식으로 IP와 관련된 여러 단체를 조직 또는 육성하고 있다. 그림6 참조

 국내에서도 90년대 IP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지원으로 9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IC 2010 사업과 IP 유통을 위한 KETI의 IP DB 구축사업, 특허청의 표준안 제정 사업, ETRI의 매크로 IP 및 설계 자동화 SW 개발과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개발된 표준안은 아키텍처설명에 불과해 설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IP 개발 업체의 수는 작고 영세하며 거래되는 IP도 소수에 불과해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IP 산업은 침체돼있다.

 이는 여러기관들로 분산돼 있는데다 국내 반도체의 모든 분야를 총괄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고 꾸준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적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IP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견을 결집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설정과 기술 검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대안=국내 반도체 IP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건들을 갖춰야한다.

 우선 IP를 쉽게 찾을 수 있고 국내 IP를 소개할 수 있는 국제적 IP 카탈로그 서비스가 준비돼야하고 IP에 대한 기술보호 및 법적인 보호 및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또 국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제적 IP 설계표준안과 SoC설계시 필요한 표준화 및 설계 기법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IP의 평가와 이에 따른 가격책정, 거래방법, 시장형성 등을 위한 유통시스템이 절실하며 IP 및 시스템 설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의 개발도 선행돼야 한다.

 이밖에도 국내 IP의 정책 및 표준안, 그리고 국내기술을 국제적으로 소개하고 알림으로써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국내 대표 기관이 있어야한다.

 IP 산업은 아직 얼마되지 않았다. 즉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반도체 생산 공정이 아시아 지역에 몰리는 만큼 앞으로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게다가 최첨단의 반도체 공정 기술과 시스템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IP유통인프라를 갖추고 인력교육에 힘쓴다면 한국의 IP 산업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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