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위기가 기회다>(1)투자 축소 능사인가

 심화되는 불황에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제히 투자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이닉스와 오리온전기처럼 아예 투자를 할 수 없는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거의 모든 업체가 예정된 신규 투자를 중단 또는 보류했다.

 메이저 업체로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마저 하반기 투자를 1조원이나 줄였다. 업체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지출을 최소화해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의 투자축소 결정과정을 보면 정확한 시장예측에 따라 결정했다기보다는 일단 투자를 보류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내년 이후 경기가 활성화할 때 자칫 시장선점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걱정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외환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지난 98년말 부천 반도체공장을 미국 페어차일드에 매각했으나 핵심 연구인력을 잃은 데다 전용 공장마저 없어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꼬박 2년을 소비해야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4억5000만달러의 매각대금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육성하겠다고 했으나 메모리분야에 집중했고 비메모리 전용 공장 건설을 지난해 말에야 시작했다. 이마저도 이번 투자축소 결정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상반기 64MD램 호황이 예상밖으로 장기화하자 미국 유진공장의 생산구조 고도화를 비롯해 비메모리 사업강화 등의 구조조정을 늦췄다가 결국 감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가 뒤늦게 생산구조조정에 들어갔으나 경쟁사에 비해 때가 늦은 데다 투자여력도 없어 경쟁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격차심화가 우려된다.

 반면 독일 인피니온은 일찌감치 256MD램으로 생산구조를 재편했다. 이 회사는 다만 최근 불황이 심화되자 인력을 15% 정도 삭감키로 하고 투자도 10% 가량 줄였으나 300㎜ 웨이퍼 등 핵심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인텔은 2분기 실적악화에도 불구 지난달말 오리건에 20억달러를 들여 300㎜ 웨이퍼공장 투자를 결정했으며 하반기부터 펜티엄4 칩 생산을 확대키로 하는 등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만의 TFT LCD업체들도 지난 상반기 극심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규 라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와 점유율을 높였다.

 톰 엔지버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회장은 “우리는 상반기에 구조조정을 거의 마무리했으며 연말께 시황이 좋아질 기미가 있다면 투자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가트너그룹 이사는 “요즘 같은 불황기엔 현금유동성 확보가 당장 시급하겠지만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선 과감하게 투자해야 향후 시장경쟁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금리가 낮을 때 현금확보나 부채비율 낮추기만이 최선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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