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주춤하는 틈을 타고 모토로라와 에릭슨이 몇 년만에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세계 4위의 휴대폰 업체인 에릭슨은 올 2분기 판매량이 770만대로 1분기보다 24%의 성장률을 올렸으며 세계 2위 업체인 모토로라도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1분기보다 36% 증가해 1470만대에 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키아는 2분기 시장점유율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였다고만 발표했으나 실제 노키아의 휴대폰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키아는 그동안 매 분기마다 점유율을 늘려왔으나 2분기에는 이에 실패한 것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미국의 경기침체 속에 모바일인터넷의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수요는 감소하지는 않지만 공급과잉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97년 미국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로 올라선 노키아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한 결과 한때 모토로라의 배가 넘는 35%를 넘어섰다.
노키아가 이같은 대성공을 거둔 것은 저가정책을 구사하면서도 유행에 앞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호소력 있는 브랜딩과 디자인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적절히 혼합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노키아는 대량 출하를 통해 업계 최고의 이익률을 올린 결과 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휴대폰 업체로 부상했다.
노키아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필립스와 알카텔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으며 이에 긴장한 에릭슨은 가전업체 소니와 손잡는 고육지책을 통해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심화 속에 경쟁사의 가격 경쟁이 격화되자 노키아는 급기야 지난 20일 시장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춘 종전의 산업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수익성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중점을 둔 전략을 포기하고 수익성 제고와 마진율 방어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노키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이 가라앉으면 곧바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가 시장점유율 확대 공세를 늦추면서 경쟁업체들이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에릭슨과 모토로라의 재고량이 급격히 줄면서 시장점유율이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이런 추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업체들이 밑지면서 제품을 팔고 있으나 이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노키아는 가격인하 전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가들은 노키아가 일반 패킷 무선 서비스(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s) 단말기 사업에 착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모토로라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올초 처음으로 유럽 지역에 GPRS 단말기를 공급하기 시작한 업체로 이 덕분에 2분기 시장점유율을 15%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모토로라와 에릭슨이 올 하반기 유럽 시장에 GPRS 단말기를 계속 내놓으면 노키아는 한층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선보인 무선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 방식의 무선인터넷 단말기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한데다 경제둔화까지 겹쳐 고가의 무선인터넷 단말기가 얼마나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노키아는 이에 맞서 GPRS 기술을 채택한 ‘패션’ 휴대폰 등 고급 휴대폰을 잇따라 내놓는 등 수백만 대의 GRPS 단말기를 올 4분기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속한 대량출하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충분히 살려 GPRS 단말기 시장에서 경쟁사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영국의 경영컨설팅업체인 오붐은 “노키아가 올해에도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GPRS 단말기에 달려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에릭슨과 소니가 공동으로 세운 소니에릭슨과 개편작업을 마친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 일본의 마쓰시타와 NEC 역시 노키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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