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코리아가 날개를 달았다. 그 동안 공석이었던 야후코리아 사령탑에 이승일 신임 사장(41)이 부임했다. 지난 5월 염진섭 전 야후코리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이후 3개월 만의 일이다. 국내 간판 인터넷업체로 야후코리아가 갖는 위상을 고려할 때 야후코리아 대표의 상징적인 의미는 남다르다. 야후코리아를 이끄는 실질적인 사령탑뿐 아니라 사이버세상의 얼굴이자 대변인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한다. 이승일 사장이 야후코리아에 취임하는 날 보여준 주변의 지나치리만큼 과도한(?) 관심과 애정 역시 이 때문이다.
이 신임 사장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적잖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솔직히 어리둥절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언론보도후 축하인사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주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야후를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전임 사장의 지명도가 부담이 되지만 기본이 있는 회사기 때문에 경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염진섭 전임 사장 이후 수많은 인물이 야후코리아에 입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승일 사장의 취임은 의외의 결정이었다. 야후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조차 ‘갸우뚱’한 반응을 보일 정도다. 아마도 ‘이승일’이라는 인물 자체가 국내에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을 뿐더러 인터넷분야보다는 오프라인 기업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력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승일 사장의 프로필을 꼼꼼히 훑어보면 야후 본사의 시행착오가 아님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또 야후가 그리는 야후 세상의 밑그림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사장은 한 마디로 마케팅 전문가이자 글로벌 비즈니스에 익숙한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중도에 미국 캔자스대학교 마케팅&회계학과에 다시 입학한 후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마케팅&재무)을 졸업했다. 이후 P&G, 씨티은행, 펩시콜라인터내셔날, SC존슨왁스 등 주로 다국적기업에서 마케팅 매니저, 영업이사, 경영개발이사 등을 지냈다. 야후코리아에 오기 전에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 아시아온라인에서 아시아·인도지역 사장과 전체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씨티은행과 펩시콜라 시절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풍부한 마케팅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야후를 디지털미디어그룹으로 육성하는 야후 본사 입장에서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큰 축인 마케팅분야를 훤히 알고있고 글로벌기업에 근무한 이승일 사장의 경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주변의 평가다.
“헤드헌팅업체에서 연락이 왔을 때 선뜻 수락했습니다. 야후라는 브랜드 인지도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는 제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승부욕이 강한 편인데 제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각 분야에서 1등 업체에서만 일했습니다. 야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분야의 대표주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모험심이 강하며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인터넷분야 자체가 떠오르는 새로운 비즈니스이고 그만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일에 푹 빠져 지내는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 이승일 사장은 닷컴 비즈니스에는 비록 문외한이지만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기업의 생리와 존재기반은 똑같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하면 이미 존재가치를 잃은 것입니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훌륭하더라도 기업의 제1경영목표는 수익성입니다. 효율적인 조직, 고객만족서비스, 비용절감, 생산성 제고 모두 수익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야후코리아 역시 이 같은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철저한 현지화와 수익모델을 통해 또 다른 야후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승일 사장은 아직 사업검토 단계라 야후코리아의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기업대상 솔루션 사업인 ‘YES’, 종합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 ‘FMO’, 웹캐스팅 사업을 강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접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야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것은 직원 개개인이라며 직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야후 조직을 운영할 계획이고 경영자는 이를 위한 ‘코디네이터’라고 나름의 경영철학을 보여주었다.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170㎝ 정도의 다부진 몸매의 이 사장은 시간과 스케줄 관리가 철저하며 빈틈없는 사전조사와 정보 없이는 결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은 경영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스포츠와 비즈니스는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일하는 것 못지않게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 사장은 이를 입증하듯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가는 축구마니아이자 골프 역시 핸디9 정도의 실력이다. 유일한 취미인 독서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며 역사소설이나 위인전을 즐겨 읽는다고 한다. 대구 출생답게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배어 나오지만 신뢰를 중시하는 의리파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야후코리아 두 번째 추장 이승일 사장이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이버정글에서 과연 어떤 색깔로 야후족을 튀게 만들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주요 이력
△대구출생(1961)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입학(1980)
△미국 캔자스대학교 마케팅&회계학과 졸업(1984)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재무 졸업(1986)
△P&G(1986.5∼11)
△씨티은행 마케팅 매니저(1986.12∼1989.12)
△펩시콜라인터내셔날 마케팅 이사(1990.1∼1995.12)
△SC존슨왁스 아태지역 경영개발 이사(1996.1∼1997.4)
△브리스톨메이어스퀴브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지역 사장(1997.5∼2000.4)
△아시아온라인 전체총괄 부사장(2000.4∼6)
△현 야후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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