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의 지상파방송에서는 MBC 수목드라마 ‘네자매 이야기’를 방영하고 있다. ‘가을동화’가 대만에 선보일 때만 해도 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나 국내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철지난 프로그램을 기다리기에 대만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네자매 이야기’를 대만의 드라마 배급사인 ‘쿠키드림’을 통해 공급한 브로드캐스트월드와이드넷(대표 송병준)측은 현재 MBC 인기 주말 연속극인 ‘그 여자네 집’의 대만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99년말부터 불어닥친 한국 대중문화 바람, 즉 한류(韓流)의 정점에 최근 대만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같은 현상은 놀라울 것도 없다.
한류 열풍을 이어갈 주무대로 대만이 급부상한 것은 올해 상반기다.
최근 대만을 방문했던 송혜교·송승헌 커플은 공항에서부터 이들을 보러 몰려든 수백명의 극성팬에게 시달리면서도 시종일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다.
얼마전 종영된 ‘호텔리어’ 촬영장에는 대만 기자단 30명이 직접 찾아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SBS드라마 ‘불꽃’이 대만의 케이블TV에서 ‘화화(火花)’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후 이영애의 인기는 그야말로 불꽃 같이 치솟고 있다. 이미 그녀는 화장품 CF 제의 등을 받고 대만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국의 배우와 작품에 끊임없이 열광하는 대만팬 덕분에 방송사들은 신이 났다. MBC프로덕션의 경우 올해 상반기 대만 수출액이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20만∼30만달러의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대만 못지않게 열성팬이 많은 곳이 베트남이다. 국내 한 CF에서 장동건이 검정 세단을 타고 베트남 군중을 헤치며 나가는 장면은 연출된 상황이라기보다 실제상황에 가깝다고 한다.
한국 배우의 머리 스타일이며 소품 등이 함께 대대적인 유행을 탄다는 베트남에서는 최근 이같은 열풍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도 전염될 태세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은 안재욱이 여장 남자로 출연한 영화 ‘찜’이 이례적으로 50여일간 롱런한 것은 그 신호탄이라는 것.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상반기 들어 새롭게 한류 열풍의 주류에 합류한 것은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대만 감마니아사를 통해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현지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올 1분기에만 16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초 각각 대만내 서비스를 시작한 액토즈소프트의 ‘천년’과 이소프넷의 ‘드래곤라자’ 등도 단시일내 수만명의 회원을 끌어들이면서 대만 온라인게임의 국산 게임 점유율 80∼90%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리니지가 대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PC방에서 ‘천당’이라는 대만 명칭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상황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국내 업체들은 대만 게임시장을 점령한 데 이어 현재 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 제2, 제3의 국가로 한류 열풍의 무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드라마에서 가요로, 다시 영화와 게임으로 숨가쁘게 이어지는 한류 신드롬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올들어 급부상한 대만의 경우 그동안 일본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한국 문화상품이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은 데다 객관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한 작품이 다수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영화 ‘친구’가 210만달러에 일본에 수출된 것이나 드라마 ‘가을동화’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5개국에 13만달러에 팔린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늘 지적돼온 체계적인 해외 마케팅력의 부재는 아직도 드라마에서부터 게임까지 일관되게 적용되는 숙제라는 것.
이런 의미에서 최근 남성 5인조 댄스그룹 ’플래티넘’이 국내보다 중국과 대만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최근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음반을 발매하고 이미 중국의 몇몇 대기업측으로부터 CF 제의도 받는 등 신인답지 않은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 음악채널인 m.net 관계자는 “플래티넘의 인기는 소속사측이 앞서 중화권을 겨냥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된 마케팅의 결과”라고 귀띔한다.
이들이 HOT·NRG·베이비복스 등에 이어 중국에서의 한국 가요 열풍을 이어나갈 것을 미리부터 예견했다는 설명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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