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담당자를 설득하라.’
최근 중견기업 e비즈니스 담당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무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는 당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기업의 효율적인 구매활동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속내는 해당기업의 e비즈니스 도입을 위한 실제 의사결정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왜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비용절감효과 등을 제시한 다양한 문건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지만 구매담당자들의 ’노(No)’란 한마디에 물거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e비즈니스 담당자들은 토로한다. 구매담당자 설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매담당자들이 ‘노’라고 항변하는 근거는 대략 이렇다. ‘이전부터 해왔던 방식이니까, 수년 이상 거래해온 중요거래처니까, 다른 기업이 하는 것 봐서 안전하게 가자, 잘 모르니까.’ 사실 따져놓고 보면 이는 결코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만났던 한 e마켓 사장은 주주사인 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일정 정도의 물량을 자신의 e마켓에서 구매하기로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벽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구매부서의 실무담당자였다. 그는 이 실무자를 설득시키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허탈해 했다.
물론 무조건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든 효율적인 구매는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이 확보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해지는 등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인터넷상에서 구매할 수 없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오프라인 기업의 구매행위가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느냐가 문제다. 인터넷이 도입되기 이전에야 구매수단이 획일적으로 국한돼 있었지만 인터넷의 활성화로 말미암아 새로운 구매 수단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기존 관행이니까’라는 말만 반복하며 기존 방식만을 좇는 것은 바로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다.
세간에는 ‘갑’이 ‘을’을 고르던 그 권세에서 밀려나는 것이 두려워 무조건 인터넷 구매는 피하고 있다고 딴죽을 거는 사람들도 많다. 결코 그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나름대로 회사사정을 감안한 변수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무한경쟁시대에 관행이나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이제부터라도 인터넷에서 구매할 것과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것을 철저하게 효율적으로 구분하는 전략적 구매를 시작해 보자.
<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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