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발표하는 매출과 영업 실적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나.’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다. SI업체 매출에는 그룹사와 관계된 시스템관리(SM) 물량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프로젝트 비용이 포함돼 있어 전산 용역을 제공하는 품목이나 가격 단가와 산정 시점 등에 따라 고무줄처럼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SI업체의 매출 특성은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 발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하루 전날 공개한 영업 실적을 다른 경쟁업체의 실적 수준에 맞춰 수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가 하면 올해의 영업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전년도 실적을 다시 축소해 발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연간 수천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영업 실적 자료가 없어 성장률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최근 국내 SI시장은 최악의 불황기를 겪고 있음에도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가 매출 증가세를 기록한 것도 재무분야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자료 수정을 요구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담당 직원의 실수로 외부 공개용이 아닌 내부적인 자료를 잘못 알려줬으며 아직은 추정치인 만큼 수정을 요구하는 실적 수준에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SI업체들 대부분이 실제 영업 실적보다 조금씩 부풀려진 준비된 외부 공개용 자료를 발표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업으로부터 회계 장부를 직접 넘겨받아 이런 궁금증을 파헤칠 수 있는 권한도 재무 자료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낼 수 있는 능력도 없는 기자로서는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신문에 나온 SI업계의 상반기 영업 실적 추정치를 보고 새로운 비즈니스나 투자를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국내 SI업체의 매출에는 ‘고무줄 특성’이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SI업체의 매출과 영업 실적은 더이상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은 SI업계에서는 이미 상식에 가깝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기고]딥테크 기업의 규제 돌파구, 연구개발특구 규제샌드박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