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휴가시즌이 시작되는 7월은 비디오 시장에서 모처럼 맞는 성수기다.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 대학생들이 그동안 밀린 영화감상을 위해 비디오 사냥을 시작하고 평소에 비디오 감상을 잘 하지 않는 중장년층도 ‘안방피서’를 위해 대여점을 기웃거리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올 여름 대여가에는 여름의 찜통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만한 통쾌한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비롯해 공포, 호러, 추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대박급 작품이 포진해 있어 비디오 마니아들은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장면이나 내용면에서 전형적인 여름영화 두편이 출시된다. 대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필사적인 사투를 담은 ‘버티칼 리미트’와 ‘캐스트 어웨이’ 등 두 편은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우선 콜럼비아가 배급한 ‘버티칼 리미트’는 올초 개봉돼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작품으로 히말라야의 제2봉인 ‘K2’ 정복에 나선 산악인의 사투를 장대한 화면에 담아냈다. 어마어마한 눈사태 등 스펙터클한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여름에 보기 적합한 영화다.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할리우드 최고스타 톰 행크스가 호흡을 맞춘 ‘캐스트 어웨이’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항공택배업체 직원이 온갖 어려움을 겪고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 비견될 이 작품은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함께 톰 행크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식스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언브레이커블’도 여름에 보기 적합한 추리물이다. 대형 열차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유리’처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다치는 사람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뤘다. ‘식스센스’에서 열연했던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았고 종반부의 반전이 멋들어진 스릴러물이다. 개봉 당시 42만 관객을 동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는 못미치지만 나름대로 작품성을 갖추고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수작도 많다. 우선 멜로와 드라마 장르에서는 멕 라이언이 제작한 로맨틱 코미디인 ‘웨딩 플래너’가 눈에 띈다. 여성고객의 손때가 꽤나 묻을 만한 달콤한 멜로물이다. 강한 남자 러셀 크로와 귀여운 여자 멕 라이언이 주연을 맡아 실제 연인으로 발전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던 ‘프루프 오브 라이프’도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홍콩영화인 ‘소살리토’는 여명과 장만옥이 함께 출연해 ‘첨밀밀’에서 못다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액션물로는 케빈 코스트너와 커트 러셀이 주연을 맡은 액션물 ‘3000 마일’을 비롯해 최근 극장가에서 ‘친구’를 밀어내고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 ‘진주만’의 벤 애플렉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액션물 ‘레인디어 게임’ 등이 포진해 있다.
성인을 위한 에로물도 눈길을 끈다. 인기 정상의 가수 김지현이 주연을 맡은 ‘썸머타임’은 에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하고 았으며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탐구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가 불투명하고 작위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극장개봉 당시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대여가에서는 성인팬의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품격 에로영화의 장인으로 알려진 잘만 킹이 연출한 ‘우먼 오브 나이트’는 스릴러가 가미된 에로작이며 ‘야드비가의 베개’는 헝가리 영화로 유럽을 대표하는 유수한 영화제에서 작품성과 재미를 인정받은 에로틱 드라마다. ‘안젤리나 졸리의 지아’는 주연배우의 이름값을 할 만한 작품이다.
코미디 장르로는 온갖 공포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코믹물 ‘나는 네가 지난 13일 금요일 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가장 눈에 띈다. 출연배우의 인지도는 낮지만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한 여름밤에 볼 만한 작품이다.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따뜻한 블랙코미디 ‘간장선생’도 출시된다. 공포영화인 ‘기프트’는 심오한 영적 세계를 소재로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잘 묘사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다양하다. 성경 속 다윗왕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을 살려 각색한 ‘더 킹’은 소년 다윗이 블레셋의 거대한 장수 골리앗과 싸워 이기고 사울왕의 음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이야기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그려내고 있다. 오랜만에 출시되는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대여고객들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치킨 런’은 ‘월레스와 그로밋’의 아드만스튜디오와 드림웍스가 합작해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 1950년대 영국 요크셔의 트위디 닭농장의 암탉들이 농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물로 청소년 사이에서 극장개봉 당시 45만 관객을 동원한 히트 예상작이다. 또 ‘쿠스코? 쿠스코!’는 디즈니가 클래식한 전통을 벗어나 새롭게 선보이는 파격적인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다.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톡톡 튀는 이야기가 재미를 더해준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아바론’도 마니아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포켓 몬스터 극장판’, 성인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2’ ‘용하다 용해(무대리)’ 등도 선보인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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