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25)소외계층 위한 콘텐츠 뭘까

 “이제는 콘텐츠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1단계를 마무리하고 2단계로 접어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PC 및 인터넷망 보급이 전국에 걸쳐 급속도로 진행돼 적어도 공공장소에서의 정보접근성에 대해서 만큼은 일정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라 정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소외계층의 욕구 및 필요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정보가 제때에 제공되지 못한다면 정보격차 해소는 결국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전산원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천안대 사회복지학과 등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노인·농어민·저소득층 등 정보화 소외계층을 위한 제대로 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2단계 작업이 본격 시작돼야 함을 대변해주고 있다.

  

 장애인 재활정보 구체적 사례 부족

 정보화 소외계층 혹은 정보 취약계층은 장애인·노인·농어민·저소득자 등을 포함한다. 대부분 몸이 불편하거나 지역이 동떨어져 있는 등 이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콘텐츠들은 정말 그들에게 유용할까.

 이번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재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콘텐츠 외에도 재활보조기 및 생활용품에 대한 정보, 교통 및 편의시설 정보, 자동차 관련 정보, 정보접근을 위한 특수장비, 정보화교육 및 컴퓨터보급과 관련된 정보, 여행이나 여가시설 정보 등 사회에 참여하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 특성이나 열악한 사회환경적 특성으로 정보접근 및 사회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재활 및 사회참여를 위한 특수한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정보의 특수성으로 인해 콘텐츠의 개발과 제공이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한글로 된 장애인 관련 사이트는 1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중 약 25%에 이르는 255개 사이트만이 제대로된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이 중에서도 30%만이 재활정보와 같은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화된 콘텐츠는 거의 없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류명화 사무총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문기관의 콘텐츠 개발업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또 “장애인의 경우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정보시스템으로는 정보를 원활히 습득 및 이용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고려한 전달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인정보 사회참여 및 건강정보 부실

 서구의 노인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정보화 비율이 매우 낮고 다른 영역의 정보취약계층보다도 월등히 낮다. 2000년 12월 현재 인터넷을 이용하는 50대 이상 노인들은 53만명으로 50세이상 인구의 5.7%에 불과하다. 그러나 증가율은 32.5%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노인들의 정보화 비율은 낮지만 앞으로 경제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여가시간이 장기화되면 인터넷 이용욕구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대상 콘텐츠는 국내의 대표적인 검색엔진 라이코스·심마니·알타비스타·야후코리아·한미르에서 검색한 결과 최대 26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인병연구소(http://kitel.co.kr/∼krig/index.htm), 대한노인병학회(http://www.geriatrics.or.kr), 한국치매협회(http://www.silverweb.or.kr), 한국치매가족회(http://www.aak.richis.org), 미드시티노인건강(medcity.com/noin.html), 스위트케어(http://www.sweetcare.com), 프롬50(http://www.from50.com), 실버톡(http://www.silvertalk.co.kr)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인 건강관련 사이트의 대부분은 관련 이용시설이나 병원에 대한 소개와 잘 알려진 질병에 대한 피상적인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노인들이 실제로 필요한 정보로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건강한 중산층 이상의 노인들에게 필요한 사회참여 관련 정보를 포함해 노년기의 성이나 재혼과 관련된 정보가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간의 동호회 구축 등 커뮤니티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기관간의 체계화와 조직화도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77년 발족된 FCA(Family Caregiver Alliance)와 70년대에 발족돼 전국에 170개 이상의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넷(SenirNET) 등이 대표적인 노인 정보사이트로 자리잡고 있는데 노인에 관한 연구와 간행물·소프트웨어 개발·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노인들을 소비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관심영역 중심의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노인 관련 사이트의 문제에 대해 천안대 사회복지학부 김혜경 교수는 “민간사이트의 급증으로 정보의 공공성과 책임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또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검색시스템을 노인들의 관심영역별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유료와 무료 사이트를 균형있게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 정보 하향식 개발이 문제

 한국농립수산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농어민이 필요로 하는 농업정보는 병해충 방제(57.3%), 재배기술(46.3%), 토양시비(38.8%), 농산물 출하정보(31.7%), 농산물가격정보(31.0%), 기상정보(17.8%), 선진농가정보(14.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열린 농업·농촌 정보화세미나에서 농협과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농업 관련 정보는 농림부·농진청·산림청·검역원·농협·축협·농업경제연구소·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등 13개 기관이 제공하는 137개 DB가 있는데 대부분이 농업생산·농산물 유통·농산물 무역·축산·농업행정 등에 관련된 정보들이다.

 그러나 농업분야 이들 정보는 농업관련기관이 그들의 고유업무를 위주로 구축한 것이어서 정보 수요자보다는 기관의 목적에 필요한 정보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농어민에게 있어 농업정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해 농어민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농가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콘텐츠들은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농산물 가격정보는 전국도매시장의 경매사와 중도매인 및 농협판매계 등과 연계해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며 농업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농업정보 전문 검색사이트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의 조인성 정보개발팀장은 “농촌지역은 열악한 정보화 환경뿐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에 기인해 농업외 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현재 제공되고 있는 문화생활정보는 도시지역 위주의 정보로서 농촌지역 거주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으므로 실생활에 밀접한 정보를 위주로 새롭게 꾸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농촌지역은 병원 및 약국 등 건강의료시설이 부족하고 민간요법의 오용으로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의사 및 전문의들과의 연계로 건강의료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자 지역기반 취업정보·교육수준 고려한 정보개발 필수

 저소득층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 삶의 영위와 관련된 정보가 최우선 순위를 점하고 있다. 또 자녀가 있는 경우 육아·보육·자녀교육·방과후 공부방·건강정보·사회복지혜택 등에 관한 정보도 필요로 한다.

 이밖에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안정적인 주거공간, 정부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회복지사업 및 의료혜택 관련 정보를 원한다. 실직자의 경우 실직수당과 사회보장 관련 정보가 중요하며 도시 일용직 근로자들은 공공근로에 대한 정보를 가장 필요로 한다. 소년 소녀 가장과 저소득 편부모 가정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나 후원자 연결정보 및 또래집단과의 연결정보가 소중하다.

 국내의 저소득층을 위한 콘텐츠는 고용안전정보망(http://www.work.go.kr), Jobspider(http://www.jobspider.co.kr), 생활정보신문 벼룩시장(http://www.findall.co.kr), 신나는 조합(http://www.joyfulunion.or.kr), 한국자활후견협회(http://www.jahwal.or.kr), 실업자종합지원경남센터(http://www.knct.jinbo.net), 아르바이트천국(http://www.arbi.co.kr), 뉴알바닷컴(http://www.newalba.com), 또다른신화(http://www.shinwha.org), 해방모자원(http://www.habang.or.kr) 등이 있다.

 그러나 이중 많은 사이트들이 내용자체가 교육 수준과 소득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에는 알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취업정보의 경우 사무직이나 전문직 위주로 이뤄져 있어 저소득층에 알맞은 채용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또 정보탐색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정보 이용역량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는 장해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전산원 정책연구부의 조정문 박사는 “민간사업자가 영리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영리목적에 적합한 정보를 주로 다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저소득층이나 도시 일용직 근로자를 위한 정보를 알차게 제공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보조하는 비영리업자가 공공성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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