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시행 앞둔 가전업계, OEM업체 품질관리 발등의 불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형 가전에 대한 아웃소싱 바람이 거세지는 것과 맞물려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제조물 책임법(PL)이 시행 1년여를 앞두고 가전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기업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즉, 중소업체의 품질관리시스템 개선, 제품 안전대책 수립 등을 통해 제조물 책임법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만에 하나 생기는 피해사례를 예방토록 유도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하기 때문.

 PL(Product Liability)이란 제조업체가 부동산을 제외한 가공공산품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재산상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을 경우 제조업체의 고의나 과실과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도록 하는 제도다.

 ◇아웃소싱 현황=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동양매직, 유닉스전자 등 일부 중견가전업체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주력 제품의 개발·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OEM방식으로 공급받는 품목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올해 3개 제품을 신규 OEM 품목으로 추가했다. 지난달 LG전자에서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인지, 4월엔 삼정스탠드에서 공기청정기를 OEM 품목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대리점의 구색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웃소싱하는 비생산품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압력밥솥, 300L급 이하 일반 냉장고 등도 OEM방식으로 충당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2개 제품을 신규 OEM 품목으로 추가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에서 디지털캠코더, 2월엔 한국전자에서 14인치 TV를 OEM방식으로 공급받기 시작했으며 이미 전기압력밥솥, 가습기, 가스레인지, 선풍기, 20인치 TV 등 중소업체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부착하고 있다.

 동양매직도 선풍기, 전기후라이팬, 압력밥솥 등을 OEM방식으로 받고 있으며 유닉스전자, 성광전자, 웅진코웨이 등 중견 또는 중소업체들은 주력 상품을 제외하곤 외부에서 제품을 전량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응과 전망=LG전자, 삼성전자 등 업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력 제품에 집중하는 반면 구색 차원의 소형 또는 저용량 품목은 과감하게 OEM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중소업체의 품질관리스템를 개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삼성전자의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해 품질관리시스템이 안정화됐다고 평가받던 중소업체 노비타조차 최근 일부 모델에서 뚜껑을 강제로 열 경우 수증기가 분사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긴장하는 가운데 내년 7월 PL법 시행에 앞서 자체 품질관리기준에 OEM업체들이 준수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도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으며 안전사고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PL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OEM업체의 제품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재산 또는 신체에 손실을 입을 경우 피해보상은 둘째치고 자사 브랜드와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법정다툼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 OEM업체가 이른 시일내 PL법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대기업은 불가피하게 OEM방식을 외국업체로 돌려 대기업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대기업과 달리 여력이 없는 중견 또는 중소 가전업체는 OEM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것을 중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중소 OEM 생산업체들은 안정적인 판매처를 잃게 돼 사업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PL센터 관계자는 “대다수 중소 업체들이 PL에 대한 인식은 물론 대책마련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기 때문에 제품 기획에서 설계까지 안전을 고려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