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정부 전자조달>(2)실태와 문제점

조달청의 의욕과 추진의지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전자조달 실태는 곳곳에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수요기관 및 조달업체들의 실제 이용률이 저조한 이면에는 당사자인 조달청의 일관된 개혁노력과 법·제도 등 환경개선, 전자상거래(EC) 관련 인프라 정비작업 등에서 미진한 제반 요인이 널려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달청은 지금까지 전자조달 확산에 급급한 나머지 정보시스템 표준화 및 정비작업에는 소홀히 대처, 향후 민간 B2B와의 연계·확장을 앞두고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집안 정비부터=“다른 공공기관을 탓할 게 아닙니다. 실제 전자조달문서 활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조달청조차 전자조달을 관장하는 주무과만 적극성을 띨 뿐 구매·계약 등 현업부서에선 여전히 수요기관과 조달업체들의 오프라인 거래관행을 방치한다는 데 있습니다.” 조달업체들의 전자문서교환(EDI)을 대행하고 있는 한 부가가치통신망(VAN)업체 실무담당자의 귀띔이다. 지금까지 조달청은 미흡한 전자조달 활용률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 구매기관들의 ‘마인드’를 탓해왔지만, 실제로는 조달청조차 적극적인 개혁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당초 조달청의 조달EDI 의무화 방침을 굳게 믿고 지난 97년부터 정부 전자조달 사업에 참여했다 최근 철수한 LGEDS·KTNET·삼성SDS·KLNET 등 4개사는 이제 조달청에 대한 불신만이 남아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조달청의 기준없는 사업진행으로 막대한 시스템 투자비용만 낭비했다”면서 “상황논리만을 내세워 정부계획을 수시로 바꾼다면 도대체 누가 믿고 같이 일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기형적인 전자서명체계=전자서명 인증체계는 신뢰성있는 EC환경 구축을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 현재 조달청의 전자조달시스템은 국내 공인인증기관(CA) 관리체계가 왜곡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조달청이 가입한 3개 공인CA가 기본적으로 상호 연동이 불가능해 현재로선 기업대정부간(B2G) 거래환경에 안전한 전자서명을 도입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조달청과 정부 수요기관을 묶는 조달EDI 시스템의 경우 한국전산원이 CA업무를 맡고 있는 반면, 조달업체 대상의 EDI서비스에는 한국정보인증·한국증권전산에 CA서비스를 위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3개 기관의 CA가 상호 연계되지 않아 B2G 전과정의 인증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 관계자는 “이는 근본적으론 국내 전자서명 관리체계가 출발부터 잘못됐기 때문이지만 이같은 사실은 이미 2년여 전부터 예견돼 왔다”면서 “조달청이 미리 감지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현재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공인CA간 상호연동 문제가 풀린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공인CA 상호연동 문제 때문에 당분간 정부 전자조달은 보안성이 결여된 형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콘텐츠 및 전자서식 표준화=물품목록·코드·분류체계 등 제반 상품정보는 EC환경의 핵심 내용물. 현재 조달청이 구축, 보유중인 정부 물품코드는 분류·식별코드가 혼용된 규격으로 11자리라는 긴 코드 길이에 비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당초 정부 물품관리를 위해 고안됨으로써 최근 상거래 환경에는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한국유통정보센터 관계자는 “현재로선 조달청 상품정보 데이터는 민간부문과의 EC 연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15만종의 물품코드를 모두 뜯어 고치거나 연계시스템 구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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