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규 ETRI 정보기반연구팀 책임연구원
정보기술(IT) 혁명의 주도 부처로 자임하는 정보통신부가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 개척을 위해 펼치고 있는 공격적인 IT 세일즈 외교는 주목할 점이 많다. 취임과 동시에 중국·인도·중동 등 국내 통신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국내에서 거둔 기술적 성과와 사업 노하우 등을 알리는 비즈니스 정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양승택 정통부 장관의 행보가 단적인 예라 하겠다.
이는 그동안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등에 의한 세계적 정보 인프라 강국 부상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종주국으로서의 자신감, 그리고 IT기업 창업 붐 조성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IT 생산기지로서의 입지 확보와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의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정통부는 장관이 물꼬를 터놓은 해외 시장 개척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차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을 책임자로 하는 IT 실무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지난 5월 말 정통부 정보통신지원국장을 단장으로 하여, 무선인터넷을 핵심사업군으로 육성 중인 국내 우수 벤처기업인들이 참가하는 모바일인터넷비즈니스지원팀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거기서 느낀 바를 몇 가지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시장 잠재력이 큰 유망품목을 발굴해 정부와 해당 업계가 유기적 공조체제를 갖춰 대응할 때 비록 무명 벤처의 기술일지라도 상대국 유력 기업의 최고경영진들이 신뢰감을 갖고 관심을 가져준다.
상기 방문팀의 목적은 NTT도코모 등 일본 내 메이저 통신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신지소프트나 네오엠텔 등 우리의 IT 벤처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술력 홍보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수 원천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으로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 회사와의 세계시장 공동개척을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선 것만으로도 각 방문처는 무척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둘째, 우리 정부의 관련 기본정책을 소개하는 장을 함께 마련함으로써 정책소개와 비즈니스와의 연계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이번 방문기간에는 일본의 관련 업계들이 대거 참여한 모바일 콘텐츠 포럼(MCF)을 통하여 정부 대표의 정책발표와 국내 벤처들의 기술홍보 등이 한자리에서 이뤄짐으로써 많은 찬사를 받았다.
셋째, IMF이후 배출된 유망 벤처 기술군별로 정부·관련업계·전문가 등으로 분야별 해외진출협의회를 구성하여 많은 우수 벤처인들에게 기술 세일즈의 무대를 마련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벤처 기업자체의 마케팅 능력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거대 기업의 경영진들을 마주하게 된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자사기술의 우위성을 혼신의 정열로 소개하는 엘리트 벤처인들의 모습은 실로 당당하고 자랑스러웠다.
넷째, 양국이 가진 시장자원의 장점과 기술력을 상호 연계시켜 호혜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전의 공유라는 전향적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한국과 일본은 세계 무선 인터넷 시장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로서 네트워크·단말·시스템과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양국이 축적한 사업성과와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2002 월드컵을 보러 오는 세계인을 놀라게 함과 동시에 이를 계기로 제3세계 시장을 공동 개척하자는 우리 방문팀 단장의 논리는 무척 설득력
이 있었다.
다섯째, 방문국의 정책동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코모의 IMT2000 시험 서비스 개시, 이용자 급증을 배경으로 i모드 등과 같은 브라우저 폰에 대한 사회적·경제적·공공적 인프라로서의 네트워크 개방 논쟁의 가열, 국제적으로 3세대 휴대 전화의 표준기술 논의 등과 같은 국내외 정책이슈가 겹쳤기 때문에 상호간에 무척 생산적인 정보교환과 활발한 정책토론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무선 모바일 콘텐츠시장과 같은 떠오르고 있는 거대 발전영역에 있어서는 정부의 시장활성화 정책, 통신사업자 그리고 콘텐츠 제공자와 메이커간에 전략적인 협조체계를 가동시켜 세계적인 수익 모델을 서둘러 개발해야 함을 강조해 두고 싶다.
wgha@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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