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줌인>매직엔스 이지훈

KTF 매직엔스 이지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프로게이머 중에 1억 번 사람이 있다더라” “어렸을 때 축구선수를 해 축구게임도 잘하는 프로게이머가 있다더라” 등의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해는 이지훈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수많은 피파선수들이 “이지훈 선수만큼만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지난해 이지훈 돌풍은 거셌다.

 지난해 삼성디지털배 KIGL 하계·추계·동계리그 석권,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WCGC) 금메달, 통산 승률 93.8%, 16연승, 프로통산 30승 2패 등 화려한 신기록은 이지훈 선수의 자랑이자 그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KTF 매직엔스의 영광된 역사가 됐다.

 여기에 축구게임 피파 프로게이머가 정말로 축구선수를 했다는 특이한 이력으로 이지훈 선수는 당시만 해도 스타크래프트에 가려 인기가 없던 피파시리즈를 붐업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지훈 선수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지훈의 별명은 ‘퇴장머신’이다. 그만큼 미드필드를 중요시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이 선수는 “피파시리즈는 실제 축구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현대 축구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틈이 나면 축구장에 직접 가기도 하고 축구 중계는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이 지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축구선수였고 지금은 끔찍한 축구광인 이 선수에게 현대축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이 선수의 상대를 압도하는 심리전은 정평이 나있다. 이제 이지훈 선수와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지훈아, 오늘은 언제부터 꼬이게 만들거야”라고 한다. 50%는 승리를 해놓고 시작하는 경기다. 특히 몇점을 뒤지고 있든 간에 한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펼쳐 승리로 이끄는 대역전극은 이지훈 선수의 인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피파2000의 지존으로서 올해 피파2001을 맞이하는 기대감 못지 않게 불안감 또한 적지 않았다. 다소 불안한 출발을 한 이 선수가 리그 초반 다크호스인 삼성전자 칸 박윤서 선수에게 내리 2패를 당하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피파지존 이지훈 왜 이러나’ ‘피파지존 이지훈시대 막내리나’ 등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지난해 화려했던 기록을 간직하고 피파2001에서도 이 선수의 화려한 경기를 기대한 팬들이 많았던 것이다.

 올초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개막전 첫 경기와 2차전 경기에서 내리 박윤서 선수에게 패해 심리전의 명수임에도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그는 “리그 초반 정말 힘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맘대로 움직여 주던 선수들이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2차전이 끝난 후 ‘이지훈의 시대는 갔다’라는 평까지 들어야 했지만 결국 이 선수는 달랐다. 그는 2차전 이후 7차전까지 1패도 기록하지 않고 연승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 선수는 “지난해 말 다른 선수들이 피파2001을 준비할 때 나는 각 대회가 끝나지 않아 피파2001에 대한 적응기간이 짧아서 그런 것 같다”며 현재는 어느 정도 피파2001의 스타일에 적응했다고 말한다.

 피파 천재 이지훈 선수는 드디어 살아났다. 평소 겸손하고 성실하기로 소문이 나있는 이지훈 선수라 여기저기 칭찬 또한 자자하다. 지난해 그야말로 떴지만 항상 겸손했기에 초반 2패에 그렇게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고 성실한 자세를 겸비했기에 다시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다.

 <최승철기자 rock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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