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사이언스>(8)뇌과학

만약 인간에게 고도로 진화된 뇌가 없었다면 인류문명이 가능했을까.

 물론 그 대답은 ‘아니오’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된 생물학적 존재이면서 부피가 1500㏄에 불과하지만 고도의 정신활동의 근원이 되는 소우주라 불린다.

 뇌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은 끊임없이 이어져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예전에는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뇌를 다루었으나 뇌가 무수히 많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대략 20세기 중반까지는 뇌연구가 주로 형태학적 혹은 해부학적 관점에서 진행됐고 중반 이후로는 뇌의 기능적 측면이 강조돼 생리학 및 약리학적 뇌기능 연구가 활발해져 인간의 정신활동과 갖가지 행동이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유전자 및 분자차원에서 더욱 미시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고차원적인 뇌 정신기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뇌를 비롯한 신경시스템의 전기적 현상을 발견하면서부터 신경시스템에서의 정보처리에 대한 메커니즘을 전기적 신호처리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순수 신경과학이나 신경생리학에서만 다루어졌던 뇌 연구가 물리학적 접근방식에 의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뇌과학은 이처럼 인간의 사고·행동·정신을 지배하는 사령탑인 뇌의 비밀을 풀려는 학문분야다.

 뇌과학의 목표는 과학자들만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뇌과학은 노령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건복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뇌졸중, 노인성 치매, 파킨슨 증후군 등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병인을 규명할 수 있으며 뇌신경정보처리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된다면 뇌기능을 모방한 신경칩과 같은 미래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첩경을 이룰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와 달리 주위환경과 반응하며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지능을 구현한다.

 컴퓨터의 경우 사용자가 미리 프로그램한 내용만을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의 두뇌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과거의 경험을 확장하는 유추과정을 거쳐 적절한 대응을 하게 된다.

 아기는 걷지도 못하지만 스스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걷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한쪽 발이 갑자기 아파도, 몸무게가 늘거나 줄어도 걷기 위해 특별히 프로그램을 갱신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의 두뇌가 법칙이 아닌 학습과 유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 두뇌의 또 다른 특징은 한 개의 중앙처리장치(CPU)에 의해 제어되지 않고 많은 수의 신경세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산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뇌의 신경세포는 계속 죽어가지만 인간의 기능이 크게 후퇴하지 않게 된다.

 기존 컴퓨터처럼 중앙처리장치와 기억을 전담하는 메모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계산과 기억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뇌 기능의 특수성에 바탕해 새로운 형태의 계산구조인 신경회로망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뇌에 대한 이해와 정보전자 기술을 양대 축으로 21세기 과학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면 산업혁명과 컴퓨터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 즉 뇌정보처리 혁명을 이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미국·일본·유럽 등도 뇌연구 촉진을 위해 관련법을 제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99년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수립, 2007년까지 총 376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사이트

 

 해외

 미국 신경과학회 http://www.sfn.org

 뉴로가이드 http://www.neuroguide.com

 영국 뉴로사이언스 연구센터 http://www.msd-nrc.co.uk

 

 국내

 KAIST 뇌과학연구센터 http://bsrc.kaist.ac.kr

 한국뇌신경과학회 http://www.ksbns.org

 국립보건원 뇌의약학 연구센터 http://bbrc.gh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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