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대표격인 정보기술(IT)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주 말(1일) 대다수 국내 IT주들은 미국의 서버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실적 악화 경고로 나스닥시장이 3일 연속 폭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 등 블루칩들이 하락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의 중저가 IT주들도 동반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정부의 연이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IT업체들의 실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스닥시장 등 증시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 특히 나스닥시장의 악화는 국내 증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 등 우량 IT주에 대한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국내 IT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매매종목인 우량 IT주의 지분보유율이 높다는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과매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초 58.55%이던 외국인 보유비중은 지난 1일 57.73%까지 줄어들었으며 SK텔레콤은 지난달 3일부터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아 외국 지분한도 비중이 48.99%에서 47.33%까지 낮아졌다. 한국통신과 하이닉스반도체도 지난 한 달 동안 각각 0.03%, 0.95%씩 외국인 보유비중이 낮아졌다.
이 같은 외국인 우량 IT주 기피현상은 국내 증시 분위기를 ‘전통주 강세, 기술주 약세’로 몰고갔다. 외국인들이 아직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을 갖지 못하면서 성장성 높은 IT주보다는 경기에 덜 민감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는 가치주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3·4분기 이후 국내 경기의 회복과 함께 IT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이 다시 IT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 외국 투자펀드들이 신흥국가의 IT주 투자비중을 줄이면서 3·4분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현철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하반기 투자 전략을 수립하면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IT주 투자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3·4분기 이후에는 IT주의 매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통신서비스=외국인 보유지분 한도(49%)와 정부의 비대칭(차등) 규제 방침으로 거래소시장의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최근 한 달 동안 약세를 보이며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초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를 거의 다 채우며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육성을 위해 비대칭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까지 주가에 반영되면서 힘겨운 한 달을 보냈다.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 동기식 사업자의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비대칭 규제는 비동기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펀더멘털을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동기사업자의 뜻을 확고히 한 LG텔레콤은 반사이익을 챙기며 유상증자 실패 등에서 벗어나며 낙폭을 줄여갔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차별정책이 펀더멘털이 우량한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당분간 통신서비스주의 강세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며 “LG텔레콤도 컨소시엄 구성 등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아 주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전략적 지분 매각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때 다시 한 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반도체주의 빠른 주가 회복세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현물가격은 최근 주력제품인 128MD램이 2달러 중반까지 떨어졌고 신규 수주량의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반도체 경기침체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는 대표주인 삼성전자가 올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절반 수준의 순이익 달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가의 선행성에만 의존해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반도체 경기 회복을 겨냥한 기대감이 높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반도체주의 본격적 상승 시기도 실물경기 회복이 나타날 수 있는 3·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성장성으로 기대를 모은 인터넷 분야의 지난 1·4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지 못했다. 포털 및 전자상거래업체가 35%의 매출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폭이 90억원 가량 늘어나 여전히 확고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초 강한 상승세를 보인 인터넷주가 중반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실적과 관련 있다. 실적 호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IT에 대한 투자 강도가 약해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 나스닥 시장이 주춤하고 IT경기 회복 기대감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미국발 악재가 대두되면서 국내 IT 주식시장 역시 동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5월 이후 강한 반등세와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로 인터넷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1·4분기 실적 결과 매출은 지난해보다 247%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그쳤고, 새롬기술은 마이너스 매출에 적자를 지속했다. 또 한글과컴퓨터는 98% 매출 성장에 영업이익은 흑자로 반전하는 데 그쳐 수익성에서 전망은 생각보다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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