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의 근본이념은 보편성(universalism)에 있다.
즉 정보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통신을 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보화과정은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정보화로 인한 장벽이 존재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정보화의 혜택이 사회계층 사이에 불균등하게 이뤄진다면 기존의 계층간 불평등을 확대하고 새로운 정보격차를 만들어낼 것이다. 때문에 단 한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장애인들의 정보불평등, 부의 불평등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현재 국내의 장애인 정보화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5년간 일반 국민의 정보화실태를 꾸준히 조사해 다양한 국민정보화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으며 정보화관련 정책입안자들도 이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정보격차 감소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장애인 정보화 현황관련 조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미국에 비해 상세하지 못하고 조사대상수로 대표성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컴퓨터 구입 보조 및 정보이용료 할인=장애인에 대해서는 컴퓨터 구입비 보조 및 인터넷이용료을 할인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다수의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에 처해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들이 느끼는 비용에 관한 부담이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득권 집단의 정보화가 상대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정보사회화가 진전될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유발해 양집단이 누리는 정보통신기술 혜택의 격차를 더욱 크게 한다. 최근 일부 인터넷 통신회사에서 장애인정보화촉진을 위해 인터넷 사용료를 30∼50% 정도 할인해주고 있는데 향후에는 할인폭이 좀더 커지고 그 내용도 법제화돼야 한다.
◇보편적 접근을 위한 제도 마련=장애인의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외국의 경우처럼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정보통신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그 다음엔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각종 정보접근 지침이나 보편적 설계지침이 작성돼 현실에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제작시 장애인의 접근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정보통신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연구개발할 때 정부가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 관련업체와 공동으로 보편적 설계지침을 마련한 후 이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자용 정보화기기 개발=장애유형에 적합한 정보화기기가 시급히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전화·팩스·호출기·PC통신 등 비장애인용 정보통신시스템을 이용할 때 정보의 입력 및 출력 인터페이스 기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화기기들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장애인이 이해하고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또한 장애인용 기기들도 시중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려우며 개발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사 이들의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는 각 장애유형에 맞는 기기들이 개발돼야 한다. 표참조
◇장애인 지역정보센터 설치=장애인정보화를 위한 전국적 정보센터 설치도 고려해볼만하다.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특수장비를 설치해 컴퓨터 사용법, 인터넷 이용방법, 각종 교육용 소프트웨어, 게임용 소프트웨어 등을 교육하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장애인인터넷센터’가 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센터에서는 관련교사가 배치돼 방문하는 장애인에게 정보화 관련 지식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각 지방 인터넷 센터가 중심이 돼 여러 장애인복지시설과 효율적인 연계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장애인정보화가 한층 앞당겨질 것이다.
◇장애인 정보화교육 활성화=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대상 정보화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장애인 대상 정보화교육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장애인 자신이 정보기술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혜택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정보접근기술을 배움으로써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편리하고 손쉽게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장애인이 정보기술이 제공하는 잠재적 혜택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또한 컴퓨터와 인터넷이 독립적 생활과 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보화기술이 장애인에게 많은 유무형의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한 인식개선이 먼저 있어야 장애인 자신들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그와 동시에 그들도 정보통신수단을 적극 활용,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장애인 정보화 예산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정보통신부가 장애인 정보화교육 확대를 위해 각각 36억원(98∼2002년), 100억원(99∼2003년)의 예산을 편성해 놓기는 했지만 장애인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예산규모도 정부 타부서의 정보화예산에 비교해보면 현저히 적은 것이다. 많은 장애인이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정보불평등을 더 심하게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비장애인과의 소득격차가 상당한 정도로 벌어지게 되면 이에 비례해 정보격차, 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므로 21세기 생산적 복지국가 또는 안정적인 지식기반사회 구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현재 장애인에 대한 정보화교육이 일부 직업전문학교, 특수학교, 장애인복지시설, 장애인단체 등에서 소규모로 실시되고 있지만 이중 몇 개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은 PC보유대수가 20대 미만이고 통신망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으며 정보화 촉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문강사도 확보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또 장애유형에 따라 각기 다르게 요구되는 특화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의 경우 정보취득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정보평등 촉진 측면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해외 사례 벤치마킹=정부나 관련기관의 경우 해외의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볼만하다. 미국은 10여개의 정부 및 민간조직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편적 설계관련 과제, 장애인의 접근성 제고, 관련 전시회, 장애인의 정보접근을 위한 정책개발, 정보통신접근 장벽제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조직이나 프로그램이 소수 있기는 하지만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활동의 내용이나 규모에 있어서 비전문성과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IMF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구실로 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소외계층의 정보불평등 현상에 무관심하게 되면 그 결과는 정보불평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중적 왜곡 메커니즘을 통해 이전보다 더 악화된 정보와 부의 불평등을 유발하게 된다.
정보사회에서 장애인은 일부의 특정집단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현재 장애인의 80%는 자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각종 사고나 질병 등의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장애인의 정보불평등 해소노력은 잠재적 장애인인 모두를 위한 투자 혹은 사회안전망 구축의 일환이지 결코 일부 소외계층만을 위한 시혜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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