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전자상권은 제조업체가 직영하는 대리점들에 의해 주도돼왔지만 최근들어 양판점·할인점 등 신유통점들의 거센 공세로 주도권을 상실해가고 있다. 또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권식 상권이 전국으로 급격히 분산되고 있으며 전국 각지의 전자유통점들도 신유통점들의 공세에 대응해 집단화를 통한 전자상가 형태로 전국 각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처럼 전자상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유통점의 득세, 분권화, 집단화 현상은 그동안 전자 3사로 대표되는 제조업체들이 갖고 있던 전자유통의 주도권이 유통업체로 넘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전자유통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유통채널간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전자전문 양판점들은 올들어 지금까지 지방에 각각 12개, 5개의 지점을 오픈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개, 20개를 더 개설해 지방의 중소 상권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들 양판점은 특히 기존 대도시의 지점을 모점(母店)으로 삼고 주변의 중소도시에 자점(子店)을 두는 방식으로 출점해 특정 상권을 장악하는 군집(클러스터) 출점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또 매장 면적도 날로 대형화돼 하이마트의 경우 올들어 오픈한 매장은 모두 100∼200평의 대형으로 꾸몄으며 전자랜드21은 300평 이상으로 오픈, 수적 열세를 만회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할인점들의 공략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올해말로 전국에 43개의 지점을 갖게 되는 이마트는 올해 가전제품 취급비율을 13%선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올 매출목표인 4조2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전자제품 부문 매출은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전문 양판점인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의 연매출이 각각 1조6500억원, 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제3의 유통채널로 할인점이 당당히 자리잡은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국내의 할인점은 올해 말에는 2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이마트 외에 롯데마그넷·삼성테스코홈플러스·까르푸 등도 전자제품 취급비율을 적게는 10%선에서 많게는 20%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전자유통 시장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할인점과 양판점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지방의 유통업계는 집단화로 이들 신유통점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각 지역에 산재한 컴퓨터 도·소매상들이 모여 집단상가를 형성하기 시작해 한창정보타운과 가야컴퓨터상가 등 기존 상가 외에 지난해 중앙컴퓨터도매상가와 해운대컴퓨터도매상가가 들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내에도 컴퓨터 상가가 들어섰다.
이와 함께 대전에도 집단 전자상가가 추진되고 있으며 그동안 독립된 전자전문 상가가 없었던 부천에도 전자상가가 들어서는 등 지역별로 산재한 중소형 영세상가들이 한 자리에 속속 모여 지역상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조업체들도 중소대리점 통합, 전략대리점 육성 등 자체 유통망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기존 대리점과 신유통점간, 중앙상권과 지방상권간 힘겨루기는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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