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산자-정통부 더 싸워라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관료사회에는 각종 무용담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다음은 그중의 한토막.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터넷업체들이 모여 협회를 결성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협회 창립은 정작 어떤 정부부처에 등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면서 회원사간 의견이 상충하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산자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과 IT주무부처인 정통부에 소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맞섰다. ‘줄을 제대로 서야 기업하기 편하다’는 한국적 경영이론을 이미 체득한 기업들로서는 고민이었지만 산자부로 가자는 분위기가 다소 우세했다고 한다.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챈 정통부의 고위관료가 협회로 달려갔다. 그는 협회가 왜 정통부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논리를 ‘감동적’으로 역설했다. 결국 협회는 임원사들의 투표를 통해 등록 부처를 결정키로 했고 결과는 12대11, 한표차로 정통부가 승리했다고 한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싸운다고 말들이 많다. 물론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중복 과잉 행정, 기업체 줄세우기 등 부작용이 심각하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그 피해는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두 부처가 ‘내편 네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해코지 한다면야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책경쟁을 통해 기업을 서로 도와주겠다고 싸우는 것은 적극 권장해야 한다. 게다가 행정은 효율성과 함께 적당한 견제와 균형이 요구된다.

 사실 IT전반의 정책은 그간 정통부가 독점해왔다. 시장으로 치면 ‘독점사업자’였다. 그러던 것이 산자부에 전자상거래 관할 부서가 생겨난 이후 특정부문에 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정책 경쟁시대가 열린 것이다.

 경쟁은 소비자에겐 즐거운 일이다. 기업들은 두 부처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정책(상품)을 보고 좀 더 좋은 물건을 고르면 된다. 독점사업자였던 정통부가 협회로 달려간 것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인 기업에 가까이 가겠다는 몸부림이다. 후발주자인 산자부는 소비자를 극진히 모신다. 어떤 중소기업가는 기업정보화 문의차 정통부와 산자부를 모두 방문했는데 관리들이 너무 친절하고 자세히 정보를 제공하는데 놀랐고 막연히 갖고 있던 관청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경쟁이 낳은 순기능이라고 해석하는 기자가 순진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산자부와 정통부는 더 싸워야 한다. 누가 더 기업을 많이 도와주고 잘 이끌지 끝없이 경쟁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쟁 제1법칙이다. 심판은 기업이, 국민이 한다. 단서가 있다면 편가르기 하지 말고 상대방 흠집내는 감정싸움은 이제 그만하라는 것뿐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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