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토리지업체 EMC를 이끄는 마이클 룻거스 회장이 지난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방한은 EMC라는 초고속 성장기업의 수장이라는 점과 그간 한국EMC가 보여준 놀라운 매출 신장률이 맞물려 국내 IT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방한기간중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과도 면담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그가 풀어놓을 꾸러미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그러나 룻거스 회장의 일정 내내 한국 IT시장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국내 시장에서 EMC가 거둬들인 수익성을 감안, 관련업계에서는 고객지원센터나 연구센터 혹은 협력사 벤처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안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강연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계 IT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만을 표시했을뿐 구체적인 발표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룻거스 회장은 이번 방한이 한국의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게 주목적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한껏 기대에 부푼 국내 IT산업계에 충분한 대답이 되지 못했다. 어차피 실제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는 실무진에 의해 진행되는 만큼 방한 이전에 준비를 마치고 구체적인 발표가 나왔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물론 룻거스 회장이 방한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간 만큼 본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에 관한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들리고는 있지만 이는 아쉬움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이 세계 IT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외국 IT업체 간부들의 방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CEO들이 다녀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수익성에 급급하면 할수록 현지화는 요원할 것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요란한 행차로 시선을 끌기보다는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윈윈하는 협력관계가 필요한 때다.
이제 외국 IT업체 간부들의 “한국은 세계 IT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는 말은 형식적인 인사말 이상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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