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죽은 CRM 살아있는CRM

최정환·이유재 지음, 한국언론자료간행회 펴냄

 

 최근 2, 3년 동안 가장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기법으로 CRM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CRM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마케팅기법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하도 많이 들어 CRM이란 영어 약어가 고객관계관리라는 우리말보다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CRM이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요즘 CRM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실무자나 경영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들도 서로 앞다퉈 CRM을 도입해 활용하려 하고 있다. 대기업이건 벤처기업이건 CRM을 외면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서둘러 CRM부서를 만들기도 하고 CRM기술과 시스템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CRM과 관련한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CRM산업이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CRM이 요즘과 같이 붐을 형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CRM으로 먹고 사는 CRM산업의 수많은 기업들이 CRM을 마치 모든 병에 잘 듣고 복용하기만 하면 즉각 효능을 발휘하는 만병 통치약처럼 선전하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왜 CRM을 해야 하는지, CRM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단지 유행을 좇아 맹목적으로 CRM을 도입하는 기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CRM은 단순히 기술이나 데이터가 아니다. 또한 CRM은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기업이 CRM을 수단으로 보지 않고 목적으로 간주, CRM시스템을 도입해 설치해 놓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당장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CRM은 겉돌 수밖에 없고 바로 죽은 CRM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CRM에 관한 책은 무척 많다. 책방이 가보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면 CRM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 여러권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책이나 크게 차별화가 안 될 정도로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 그래도 가장 읽을만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 최근에 출간된 ‘죽은 CRM, 살아 있는 CRM’이다.

 이 책은 CRM의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CRM의 추진전략과 실천도구, 그리고 미래 전개방향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정리·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미국 컨설팅회사의 본부장과 서울대 마케팅 교수로 모두 탁월한 이론연구와 실무자문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이미 CRM 관련책이 많이 출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저술한 이유를 ‘왜 현재 많은 기업들이 추구하는 CRM은 죽어 있고, 이를 어떻게 활성화시켜 살아 있게 만드느냐 하는 방안을 제시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과연 저자들이 의도한 바가 얼마나 책에 반영됐는지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CRM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기본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다. 즉 CRM이란 우리 고객이 누구냐 하는 것을 재정립하고 고객과의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올바르고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고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추구한다. 광고·판촉·영업·고객서비스 등 모든 마케팅활동은 어떻게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기존고객을 보존하느냐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CRM은 바로 이러한 마케팅활동을 지원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며 CRM시스템과 프로세스는 고객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른 마케팅활동과 통합적으로 수행될 때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는 마케팅의 기본논리에 충실한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저자들은 고객만족, 고객로열티, 고객수익성 등의 개념과 연결시켜 CRM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제시해주고 CRM을 도입할 때 직면하는 난관과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CRM에 관한 원리와 기법을 깊이 있으면서도 쉽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CRM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경영자에서 CRM의 추진을 담당하는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큰 도움이 될 만하다.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교훈과 시사점이 널리 퍼져 비실비실 죽어 있는 CRM이 왕성하게 살아 움직여 우리나라 기업들의 마케팅활동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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