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여성·장애인과 함께 정보사회의 3대 소외계층이다.
이 가운데 특히 노인은 여성과 장애인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정보화 소외현상을 겪고 있다.
그동안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노력은 범국가적 혹은 전사회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돼 이들에 대한 정보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은 지난해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주도한 실버넷운동이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노인계층이 처한 정보격차문제의 심각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330만명 정도로 전체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살 이상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불과 3.3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소위 네티즌이라 불리는 10∼20대와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고 국내 인터넷 이용률이 37%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층의 정보화 소외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산업사회에서 ‘글’을 아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다면 정보사회에서는 풍성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인터넷과 컴퓨터가 필수요소로 등장한 가운데 컴퓨터 및 인터넷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노인이 전체 노인 인구의 4%에 불과한 것이 노인들이 처한 정보화 지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나 인터넷 비즈니스는 아직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사회 한 가운데 노인들만이 주변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실버넷운동의 뜨거운 열기를 통해 노인들도 정보사회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5살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교육사업인 실버넷은 지난해 7월 1기 모집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시작된 제2기 교육생 모집에서 서울은 단 하루만에 정원을 채울 정도로 성원을 이뤘다.
또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실버넷 3기 교육 실시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1월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청와대와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 교육 실시를 요구하는 호소가 봇물을 이룬 바 있다.
실버넷운동 관계자는 “그동안 정보화교육이 절실했던 노인들에게 실버넷운동은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노인층의 정보격차 해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노인층의 정보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층의 정보이용능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전무한 형편이고 정보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층의 디지털화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너무 취약하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고객으로 확보하게 될 인터넷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실버넷운동 운영에 참여했던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이창훈 원장은 “노인층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정보격차를 위한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사회에서 정보의 활용은 경제·사회·문화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고 정보를 충분히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이용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노인층에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정보이용환경을 조성해 주어야만 정보격차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균형있는 사회발전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노인층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물론 노인층 네티즌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필요한 콘텐츠를 마련하고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일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노인층 인터넷 인구 증가와 정보화교육을 이수한 노인층의 양적확대라는 획일적이고 단편적인 현상에 만족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노인층의 정보화를 꾀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우선돼야 한다.
노인층의 정보화교육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노인층이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한 실버넷운동은 그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이를 비롯해 노인층의 정보화 추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세대에 맞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노인층 대상의 정보화 프로그램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 마련 또한 고려해 이를 통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계층 스스로 정보사회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때 정보사회에서의 지위와 역할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