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21)인터뷰-인터넷집현전 유경희회장

 “노인들이 정보화에서 소외되는 데는 노인 스스로 자각이 부족한 탓도 큽니다. 비서와 딸에게 시켜오던 각종 정보화업무를 각자 알아서 하려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노인들이 정보기기를 활용하는 데 익숙해져야만 사회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고령자들의 정보화교육에 앞장서온 사단법인 인터넷집현전 유경희 회장(66)은 노인정보화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가 집현전을 창설한 것도 이같은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한 것. 구청이나 각종 사회기관에서 PC교육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소극적이고 자존심만 남은 고령자들이 찾아갈 곳은 드물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집안에서의 현실만 봐도 그렇지요. 버르장머리없는 손자녀석들이 어디 할아버지가 제 컴퓨터 만지는 것을 좋아라 합니까.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노인들에게도 1인 1PC가 절실합니다.”

 이 때문에 효도컴퓨터 보급운동을 벌일 생각도 했다는 유 회장. 그는 93년 고령자 PC통신 클럽인 원로방을 창설한 이후 6년여 동안 전국에 지역 원로방 20여개를 창설하고 노인 2만5000여명의 정보화교육에 앞장서왔다. 지난 98년에는 고령자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생활을 통해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인터넷집현전을 창설했다.

 “현재 인터넷집현전에서 활동중인 회원은 335명에 이릅니다. 모든 회원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고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죠. 최근에는 국내외 업체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의뢰를 받아 회원들이 공동으로 번역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 협찬으로 55세 이상 고령자 2300여명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했으며 유니텔과 IP계약을 체결해 ‘한국인의 지혜’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이같은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벌어들인 수익

은 수억원대.

 “혹자들은 노인들이 정보화교육을 받아도 이용할 정보가 뭐 있겠느냐고 하더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노인의 정보화 욕구와 관심분야는 젊은이 못지않게 높고 넓습니다. 어쩌면 여가시간이 많은 노인에게 정보화는 더욱 절실할지도 모릅니다.”

 유 회장은 69년부터 81년까지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 전산실장과 데이콤 연구위원 및 한국정보산업표준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96년부터 상명대에사 뉴미디어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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