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기억하시나요.”
전통산업인 골판지포장업계가 80년대 연탄산업이 시대의 조류에 맞춰 변신하지 않아 결국 몰락하는 길을 걸었다고 주장하면서 ‘연탄처럼 되지는 않겠다’며 산업의 e비즈니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은 지난 19일까지 대구 경북지역, 부산경남지역에서부터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3회에 걸쳐 대규모 전자상거래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결과도 만족할 만하다. 지난 4월 18개 회사가 산자부의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무려 54개사로 늘어났다. 매출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산업의 90%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적으로 볼 때도 전체 140여개사의 기업들 중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의 디지털화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전의 관행대로 사업을 진행하다가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 골판지포장업계가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요지다. 골판지포장업계가 연탄 이외에도 또 다른 예로 드는 것은 의류, 패션산업. 기획이나 유통분야 관점에서는 요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제조 측면에서 볼 때는 ‘돈 안되는 사업’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골판지업계는 스스로 e비즈니스화를 추진해 기획과 유통부문을 장악하지 않으면 결국 수익이 나지 않는 제조에만 매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회사가 제조에서부터 기획,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지금의 체제와 달리 온라인화가 되면 여러 회사로 제각각의 업무가 분리되면서 기획, 판매 등 높은 수익이 가능한 업무는 직접 관련없던 다른 기업들이 들어와 한 몫 챙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부지리를 얻는 곳은 다름 아닌 전자상거래 관련 업체로 보고 있다.
또한 e비즈니스화를 통해 업계 공동구매나 비용절감을 통해 과당경쟁으로 인해 적자화의 위협에 빠져있는 산업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전자상거래 부가세 감면을 추진하는 것도 골판지포장업계가 e비즈니스화를 서두르는 이유다.
현재 월 5000만원 이상 골판지 포장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이 약 3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골판지포장업계는 추산한다. 여기서 부가세 3%만 감면되더라도 기대차익을 고려하면 할 만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어린 시각에도 불구하고 골판지업계는 시급한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e비즈니스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한 대부분 업체들이 어떻게 인프라 구축을 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남아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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