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산업과 사회제도, 문화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 가운데 하나다. 게임산업 역시 관련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중대형 컴퓨터 시절에 아케이드 게임이 등장했고 PC시대에 PC게임이 출현한 것처럼 인터넷 시대에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시대에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90년대 들어 게임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인터넷이란 매체다. 1997년 미국 블리자드가 ‘디아블로’라는 게임에 배틀넷(Battle net) 서비스를 제공하고 1996년 한국에서 넥슨이 ‘바람의 나라’, 미국의 오리진이 ‘울티마 온라인’을 상용화한 것 등은 게임업계에서 인터넷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 산업이 가장 활성화된 이유도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강력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제 게이머가 컴퓨터만을 상대하는 소위 ‘싱글 플레이’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한다. PC게임은 이용형태 측면에서 이미 온라인 게임화되었으며 가정용 비디오 게임과 전자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조차 네트워크·온라인화 되고 있다.
90년대 게임업계의 화두는 ‘멀티 플레이 온라인 게임(MPOG)’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보면 온라인 마케팅, 게임 커뮤니티 구축, 전략적 제휴를 통한 B2B 마케팅 등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태동시켰다.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 등 PC게임이 제공하는 배틀넷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서비스 자체는 완전 무료다. 이는 온라인 게임이 베타테스트나 시장진입 초기에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와 개념이 다르다. PC게임의 배틀넷 서비스는 오프라인상에서 PC게임 패키지 판매를 신장시키기 위한 하나의 프로모션 수단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배틀넷 서비스와는 정반대로 PC 패키지에 해당하는 클라이언트 버전을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서비스 자체를 유료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이 두가지 모델은 일장일단이 있다. PC게임은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를 제공하기 때문에 초창기 배틀넷을 제공하는 게임은 온라인(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다른 PC게임과의 마케팅 싸움에서 승리하는 데 확실한 무기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배틀넷으로 인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게임의 수명이 길어짐으로써 서비스 인프라를 확보·유지하는 비용이 패키지 판매에 따른 수익을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짜로 제공하는 배틀넷 서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으로써 소위 ‘앞으로 벌고 뒤로 손해를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서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은 확장팩이나 속편을 판매하는 것인데 이는 온라인 게임이 맵을 확장하고 이벤트를 여는 것에 비해 기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온라인 게임은 인터넷을 통해 클라이언트 버전을 배포하고 3∼6개월 정도의 베타테스트 기간을 통해 게임을 홍보한 다음 일정한 수준의 이용자가 확보되면 유료화를 단행한다. 최초의 유료회원들만 기준으로 본다면 ‘후불제’인 셈이다. 만일 유료화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온라인 게임회사들은 프리(pre)마케팅 비용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 되는 것이다. 국내처럼 온라인 게임이 우후죽순으로 개발되는 상황이라면 마케팅 작업이 매우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게임회사들이 통신회사나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등과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이유는 이같은 위험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이해된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 gb1@gamebrid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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