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고속인터넷 세상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건설한다.’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과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케이블모뎀 등 초고속인터넷 장비 분야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체결된 초고속인터넷 장비의 수출계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한 ADSL 장비의 수출이다.
지난해 현대네트웍스(구 현대전자)가 태국에 4000회선 규모의 ADSL 장비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미디어링크가 중국의 대형 통신장비업체와 10만포트 규모의 ADSL 모뎀 및 집선장비(DSLAM)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디어링크의 수출계약 체결에 이어 삼성전자는 중국 상하이텔레콤의 ADSL서비스 장비업체로 선정돼 1년간 10만회선 분량을 공급하는 내용의 수출계약을 체결, 대량 수출의 물꼬를 텄으며, 현대네트웍스는 최근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쓰촨성 천읍공사와 ADSL 공급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잇단 수출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만 중흥통신과 한국통신이 실시한 ADSL 장비 입찰을 통해 장비 가격이 폭락, 포트당 가격이 지난해 말 300달러에서 126달러 수준으로 떨어지자 그동안 낙관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루던 ADSL 장비의 수출 전망에도 비관적인 의견이 적지 않게 대두되고 있다.
가격폭락으로 수출채산성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당초 기대와 달리 국산 ADSL 장비의 해외시장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국산 ADSL 장비의 수출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모뎀칩 가격하락 등으로 생산원가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최근 한국통신이 실시한 입찰에서 60만회선의 물량을 공급하게 된 삼성전자의 경우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ADSL을 기반으로 성장한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는 점도, 국내 ADSL업체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최근의 가격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산 ADSL 장비의 수출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어쨌든 급격한 시장환경의 변화로 인해 현재 ADSL 장비에 대한 수출 전망은 낙관론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동남아 및 일본 시장에서 ADSL 장비 발주가 본격화되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ADSL 장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ADSL 장비 시장의 성장 가능성 및 국산 ADSL 장비의 수출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최근의 시장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ADSL 장비업체들이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향후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한다면 ADSL 장비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으로 부상, 대량수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DSL 장비와 더불어 수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으로는 최근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VDSL 장비를 들 수 있다.
특히 VDSL업체들은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 시장이 ADSL 위주로 급성장하면서 당분간 VDSL 장비의 대량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말부터 스페이스사이버링크와 디엑스오텔레콤·다인텔레콤·미리넷·링스텍·영우통신·넷링스 등 VDSL 장비 생산업체들은 중국과 일본·동남아·유럽 등으로 눈길을 돌려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VDSL 장비를 개발한 스페이스사이버링크는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한 결과 올초 인도네시아 피티라바라바웹테크놀로지와 VDSL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올초 단독 및 섀시형 VDSL 장비를 선보인 다인텔레콤은 지난달 중국의 차이나텔레콤과 25만포트 규모의 VDSL 장비 수출계약을 체결, 초도물량을
공급하는 등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이더넷 기반의 VDSL 장비를 개발한 디엑스오텔레콤은 최근 네트워크통합(NI)업체인 시스폴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VDSL 장비의 유럽 시장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넷링스는 최근 이더넷 기반의 VDSL 장비를 개발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리넷도 최근 개발한 VDSL 장비의 중국 수출을 위해 중국 내 3개 성에서 규격 테스트 및 시험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인도네시아텔레콤 등에 VDSL 장비 공급을 추진하는 등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링스텍과 영우통신 등 VDSL 장비 개발업체들도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해외 시장 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VDSL 장비 생산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 해외시장 진출 여건을 마련한 ADSL 장비 생산업체들과는 달리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 아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VDSL 장비의 수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케이블모뎀 생산업체들은 미국과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수출물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망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은 케이블모뎀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이 용이해 케이블모뎀의 수요가 많다는 특성을 갖고 있고 일본은 최근 종합정보통신망(ISDN) 방식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ADSL과 케이블모뎀 방식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국내 케이블모뎀업체들의 수출 주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초 일본과 6만여대의 케이블모뎀 수출계약을 체결, 올 한해 일본에 10만대 분량의 케이블모뎀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이블모뎀 전문업체인 주홍정보통신은 최근 3∼4개 일본 업체에 샘플모델을 공급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크로스텍은 일본 현지업체와 제휴해 올해 5만대 분량의 케이블모뎀을 일본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생산업체들이 다양한 품목과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국산 초고속인터넷 장비의 수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중국이 올해부터 초고속인터넷 장비 도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업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으며 동남아와 일본 역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이제 막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국내 장비업체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이뤄진 초고속인터넷 장비의 수출물량은 앞으로 이뤄질 수출물량과 비교해볼 때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동남아·유럽 등 거의 전세계가 이제 막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위한 준비작업에 나선 상황이어서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600만명에 이르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한 경험을 갖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이제 막 시장형성기에 접어들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장비 시장은 그 규모 자체를 쉽게 전망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첫 상용화를 통해 CDMA 종주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가 이번에는 폭발적인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성장을 기반으로 세계 초고속인터넷 장비 시장의 종주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모두 낙관적이지만 않을 뿐 아니라 국내 장비업체들이 섣부른 자신감에 빠진다면 지금까지의 노력과 새로운 기회는 그야말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핵심부품의 국산화와 원가절감에 노력을 기울이고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질 때만이 국산 초고속인터넷 장비는 지금의 수출 유망품목 자리에서 한단계 도약해 수출 주력품목 리스트에 당당히 오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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