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5월 월례 조찬회가 17일 전경련 19층 백합홀에서 전자신문사 주관으로 열렸다. 이번 조찬 토론회에서는 특히 오해진 LGEDS 사장과 진용옥 경희대 교수 등 업계와 학계 원로가 통일IT포럼 고문으로 정식 추대됐다. 이번 토론회에 기존 회원 외에도 최기호 상명대 교수, 김우진 리눅스원 사장 등 6명의 새 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오해진 사장과 진용옥 교수에 대한 고문위촉패 전달식을 시작으로 열린 이번 조찬 모임에서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이만희 실장과 진용옥 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었으며 발표 이후 1시간 30분 정도 열띤 토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지난달 출범한 남북IT민간협력협의회가 통일IT포럼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실질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또 참석자들은 협의회가 IT분야의 실질적인 경제교류단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단기·중기·장기 등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먼저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모임에서는 최성 대통령 비서실 정무기획 비서관의 제안으로 다음달경에 청와대를 방문해 김대중 대통령과 통일IT포럼 주요 회원이 오찬모임을 갖는 행사도 추진키로 했다. 이날 있었던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편집자
◇최성모(한국전산원 연구위원·통일IT포럼 수석대표)=이번 5월 모임에는 기존 회원 이외에 새로운 회원이 많이 참석해 IT업계가 이번 포럼에 거는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인 남북 경협 사업 모델이 잇따라 나오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교류단체도 잇따라 설립되고 있다. 통일IT포럼이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회원 개개인이 더욱 책임감을 갖고 포럼 활성화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해진(LGEDS 사장)=LG그룹은 지난해 이미 펜티엄급 중고PC 300대를 북한에 기증할 정도로 남북 IT격차 해소와 교류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남북한 IT분야의 격차 없이는 진정한 통일이 어려울 정도로 남북 IT교류가 갖는 의미는 크다. 아무쪼록 통일IT포럼이 남북 IT격차를 해소하고 통일 한국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
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용옥(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대통령께서 최근 경의선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철의 실크로드’사업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통일IT포럼이 주도해 철의 실크로드가 ‘정보 실크로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분야가 IT라고 볼 때 정보 실크로드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범국민적으로 사업을 추진하
는 일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판정(네피아닷컴 사장)=넷피아닷컴은 인터넷 주소를 한글로 사용하는 키워드 시스템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남한에서도 한글 키워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북한 역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옌볜과학기술대 제안으로 중국에 있는 조선족이 키워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주었다. 또 북한의 주요 명승지와 명산, 유적지 등과 관련된 한글 키워드 등록을 이미 끝마쳤다. 이를 통해 사전에 도메인을 선점하는 ‘사이버 스쿼팅’을 막고 통일 이후에 북한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김우진(리눅스원 사장)=리눅스의 기본 이념은 ‘공유와 나눔’이다. 북한과의 교류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번에 북한을 방문해서 느낀 점은 남한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세계 기술 조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면 북한은 남한에 비해 통신 인프라가 뒤떨어져 정보가 부족하지만 정보를 가공하고 생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남한의 빠른 정보 수집력과 북한의 창의적인 정보 가공 능력을 합치면 시너지를 발휘,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임왕규(아이시스네트 사장)=북한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이나 폴란드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가 정보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접한 기회가 많았다. 정보화를 추진하는 공산주의 국가는 대략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입력체계를 자국어 실정에 맞게 개발하려고 한다. 또 자기 문화를 IT와 어떻게 접목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IT교류를 추진한다면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신종식(인터벡 사장)=북한은 음성인식과 처리 기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인터벡은 음성처리(TTS), 데이터베이스 관리, 3차원(3D) 게임 엔진 등 세가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다. 음성처리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북한과 연계하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IT포럼을 통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얻었으면 한다.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통일IT포럼 회장)=북한의 음성처리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보도는 많이 되었지만 북한측 기술을 액면 그대로 남한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IT분야보다도 음성처리 분야에 쏟은 열의가 대단하며 수학이나 계산 분야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음성처리 분야의 기초 학문이 수학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상당한 수준의 음성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과 잘 협조하면 경쟁력 있는 비즈니
스 모델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기호(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개인적으로 IT쪽은 한글과 관련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IT가 기술이라면 국어는 내용이다. 기술도 잘 알아야 하겠지만 기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내용이 전제돼야 한다. 앞으로 남북 IT교류는 기술뿐 아니라 콘텐츠도 병행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정재형(벤처로그룹 대표 변호사)=통일IT포럼의 도움으로 최근 400페이지에 달하는 ‘남북 경협 성공 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최근 진행된 남북 경협과 관련한 사례부터 법과 제도, 추진 현황 등이 종합적으로 집대성돼 있는 이 책은 출범 8개월째인 통일IT포럼이 이룬 작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남북 경협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최성(대통령 비서실 정무기획)=지난 4월 발족한 남북IT민간협력협의회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재정이나 인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단기부터 중장기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철처한 준비와 계획속에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협의회가 부처 이기주의의 산물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정통부는 각별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정통부는 정보화의 핵심 부처로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것 못지 않게 부처의 정보화 사업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현진(전자신문 인터넷부장·통일IT포럼 간사)=최근 언론에 보도된대로 북
한의 평양정보쎈터가 통일IT포럼에 200여종의 IT관련 도서의 기증을 요청해왔다. 우선은 본격적인 남북 IT교류에 앞서 북한의 IT 현황이나 수준을 파악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된다. 나아가서는 도서교류를 통해 상호 기술적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일반인, 교수, 전문가, 기업, 출판업계를 대상으로 범국민 도서 모으기 캠페인을 벌이자.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남북 IT교류 과정의 시행착오와 교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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