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정통부, 행자부가 지난 3월과 4월 두달간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는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우선 미국이 주장해 온 한국의 불법복제율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 꼽힌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의 SW 불법복제율이 최소한 50∼60%에 달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90%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국보다 낮지만 미국의 10%나 일본의10∼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이번 단속은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과 통상마찰을 사전 방지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어서 불법복제율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9.5%라는 매우 양호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정부의 단속에 따라 불법복제품 사용 업체 및 기관들이 정품으로 교체하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이 더 이상 불법복제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준 것이라는 정반대의 풀이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두번째는 행정부처를 비롯, 공공기관들의 정품사용 마인드가 상당 부분 정착됐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불법복제 주범으로 일반기업 뿐 아니라 이들 공공기관을 지목해 왔는데 이번 단속 결과는 이와는 매우 다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단속 대상 중 1024개(44.2%)는 복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복제품 사용률이 10% 미만인 업체도 419개(18.1%)나 됐다.
기관별로는 행정기관과 공사, 공단 등 정부기관 및 공기업의 복제율이 0.9%, 백화점, 쇼핑센터 등 유통기관이 0.7%, 증권, 보험, 은행 등 금융기관이 1.0%로 극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정부의 투망식 불법복제 단속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두가지 상반된 결과를 선물했다. 일단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매출이 이 기간중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기업들이 정품구매에 적극 나서 한때 품귀현상이 벌어질 정도였으니 이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셈이다.
검찰 역시 외국계 업체를 중심으로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단속 기간 중 전년 동기 대비 200∼300%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기업 및 일부 국내업체들은 숙제를 안게 됐다. 국내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에게 정서적 반감을 사게 된 점이 무엇보다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사용자들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번 단속이 이루어진 것으로 믿고 있고 그 대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업체는 이 기간중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포스터까지 제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외국계 업체들이 앞으로 한국내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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