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한·중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로열티 차등적용에 대한 우려로 국내 통신장비업계가 벌통을 들쑤신 듯하다.
실제 퀄컴은 올해 중국시장에 출시할 한·중 합작기업의 CDMA단말기에 대해 5.25% 내외의 로열티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기업과 퀄컴이 맺은 평균 비율로 중국기업들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2.65%(협상중)보다 약 2배가 많다.
퀄컴측은 “한·중 합작기업의 시장선점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기업과 퀄컴간 로열티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한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기업들의 입장이다. 중국시장에서 3% 이하의 로열티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기업과 합작해 비싼 로열티를 부담할 필요가 없는 것. 따라서 한국기업들의 중국진출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2.65와 5.25의 차이=최근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이 CDMA방식 이동통신장비 1차 입찰을 마무리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CDMA 단일시장이 열렸다. 차이나유니콤은 오는 9월까지 CDMA시스템 공급 및 설치를 완료한 후 10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총 7000만회선 규모의 CDMA시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05년까지 시스템 200억달러, 단말기 300억달러 상당의 중국 CDMA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시스템보다 단말기 수요에 주목하는 국내 통신장비업체로서는 5.25%와 2.65% 차이가 거의 하늘과 땅으로 느껴진다. 퀄컴이 한·중간 로열티 차등적용 방침을 확정한다면 ‘최혜대우’에 대한 기대도 무너질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3세대 이동통신(IMT2000) 헤게모니가 비동기(유럽)식으로 기울면서 퀄컴의 미래가 불안해진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 비동기식을 선택한 SKIMT와 KT아이컴이 IMT2000사업자로 결정되면서 퀄컴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일기도 했다. 때문에 퀄컴으로서는 현재의 최대 수익처인 한국기업에 대한 로열티 비율 5.25%를 장기간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중국기업과의 협상도 급할 게 없다. 결국 우리나라 통신장비업체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풀이된다.
◇급해진 국내 통신장비업계=차이나유니콤 CDMA 1차 장비(시스템)입찰의 80%를 북미 기업들이 가져갔다. 노텔네트웍스가 7개 지역 254만회선을 가져간 것을 비롯해 에릭슨(에릭슨USA)이 7개 지역 220만회선,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모토로라가 각각 300만회선 등이며 중국기업인 중흥통신도 7개 지역에서 120만회선을 획득했다.
한국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4개 지역에서 113만회선을 따낸 게 전부. 시스템 시장에서는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은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첫 단추인 로열티에서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현지기업들의 가격공세가 본격화될 경우에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퀄컴의 한·중 합작기업 로열티 적용기준이 ‘한시적’이라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퀄컴이 보장한 한국기업에 대한 ‘최혜대우’ 원칙을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퀄컴의 움직임을 지켜본 후에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문제. 중국기업들의 선전(협상)에 힘입어 로열티 비율 동반인하를 기대했던 국내업체로서는 여전히 피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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