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19)여성을 정보화 주력부대로 만들자

 여성은 노인, 장애인과 함께 정보시대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게 바로 여성이다. 하지만 각종 조사나 데이터를 볼 때 여성은 노인, 장애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화지수가 높다. 여성 정보기술(IT) 인력의 활동 역시 남성 못지않게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여성은 ‘정보격차’보다 ‘정보 불평등’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고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보화지수 어느 정도인가=여성의 정보화 능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향상되고 있다. 정보문화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정보화수준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정보화의식은 이미 98년부터 남녀 차이가 거의 없어졌으며 가정주부의 정보화마인드는 96년에 비해 크게 높아져 주목된다. 그러나 컴퓨터 이용률은 99년 여자가 29.2%, 남자는 46.4%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통신 이용 역시 99년 여자는 11.3%, 남자는 24.2%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반면 인터넷 이용시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 이뤄진 조사자료를 보면 여성의 정보화 능력이 한층 더 빠르게 향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조사 전문기관인 아이알씨가 집계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6대4 비율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여성의 비율이 99년 10월 이후 매월 1%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이용기간이 6개월 미만인 사람 가운데 주부가 59.9%에 달하는 등 주부의 인터넷 이용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성 정보화의 실제=표면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여성 네티즌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정보를 이용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을 통한 여성의 정보 접근이 용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장애가 없다면 여성의 근무형태, 고용창출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뚜렷한 전환점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단체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특히 주부 인터넷 이용자는 쇼핑(57.2%), 육아정보(43.3%), 인터넷 설문조사(34.8%), 무료전화(43.2%)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부들은 은행(25.3%)과 증권투자(33.9%) 이용이 전체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 구매가 편리하고(58.6%) 가격이 저렴하며(40.1%) 배달을 잘 해주는(39.2%) 점 때문에 인터넷 구매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결국 인터넷을 활용하는 주부는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경험적인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실질적인 여성의 정보화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컴퓨터를 조작하고 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가시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TV나 전화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고 사회·경제적 격차가 사라지지 않듯이 정보화를 단순히 활용만으로 평가하기는 성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성 중에서 주부의 인터넷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콘텐츠 역시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여성이 관심을 갖는 분야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성과 남성의 정보격차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령층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크지 않다. 교육여건이 비슷해지면 남녀의 정보차이는 더욱 감소한다. 그러나 연령별, 학력별, 소득별 차이까지 감안하면 역시 정보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역시 남성, 20∼30대, 고학력, 고소득자로 한정돼 있다.

 ◇여성 정보격차 해결책=역시 시급한 과제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여성 네티즌의 수를 늘리는 일이다. 그러나 사용자를 늘리는 일 못지않게 어떤 유형의 정보화마인드를 만드느냐도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양적인 여성의 정보화보다는 질적인 여성의 정보화에 대한 평가와 함께 정책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성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정보에 접근하는 여성의 지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성정보화 교육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여성에게 컴퓨터 지식을 습득시키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부분적으로 여성 정보화 인력을 늘리는 데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정보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선입관을 없애고 남녀 모두 함께 접근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또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부는 주로 쇼핑, 가사 등 한정된 콘텐츠만 사용해 마치 ‘여성=소비문화의 주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여성 정보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것도 사이버 공간에서 여성의 지위를 올리는 길이다.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라온 여성 관련 프로그램은 일반 여성과 주부들이 접근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대상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고 각 대학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또 여성 정보화 정책 전담부서를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여성부가 출범하고 여성 관련 각종 정책부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주요 담당자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해 여성 정보화와 관련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들의 산발적인 참여로 오히려 정보접근을 원하는 다수 여성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개별 정부기관별로는 정보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여성 정보화 부분이 축소되거나 방향이 전혀 다른 측면에서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성 역시 정보화의 주역이라는 마인드가 정착될 때 정보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인터뷰/ 여자와닷컴 김효선 사장.

 

 여성이 남성 못지않은 인터넷 파워을 발휘하며 사이버 공간을 누비고 있다. 노인, 장애인과 함께 정보 사각지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남성과 비교해 여성 네티즌 수가 눈에 띄게 늘고 활동이 두드러진 데는 여성 포털업체가 기여한 바가 크다. 여성만의 전문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주고 여성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 업체의 약진과 활약 덕택에 사이버 공간에서 ‘여권(女權)’ 역시 날로 커지고 있다.

 김효선 여자와닷컴 사장은 누구보다도 여성 정보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여성신문 사장을 지낸 이력 덕택에 정부와 사회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인력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여성 네티즌 수에서도 알 수 있듯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은 더 이상 정보화의 소외계층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도 여성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사이버 마초’라는 말이 여성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로 남성에 의한 사이버 성폭력이 심각합니다. 사실 여성에게는

정보격차보다 이 같은 정보 불평등이 더 큰 문제입니다.”

 김 사장은 여성이 올바른 정보사회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남성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나마 IT업계는 다른 분야보다는 남녀 정보 불평등이 덜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고 덧붙인다.

 “정보기술 분야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남성입니다. 여성 CEO나 임원이 아직도 화젯거리가 될 정도로 드문 게 현실입니다. 여성 IT인력 역시 웹디자이너나 사무보조, 홍보 등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여성 정보화를 위해 우수한 여성 IT인력 육성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죠.”

 이를 위해 여자와닷컴은 여성부와 공동으로 여성 IT인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활용교육에 나서는 등 여성의 정보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물론 자체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여성을 정보화의 주력으로 내세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 IT분야에서 많은 여성인력이 활동하고 있지만 ‘남성만의 네트워크’는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업무로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만 권력과 연줄 등 업무 외적인 분야에 무관한 여자의 속성 때문에 손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진 IT업체를 중심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효선 사장은 “사이버 공간이나 정보기술사회는 더 이상 근육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며 정보와 지식, 네트워크가 힘인 정보사회에서 세상의 반인 여성이 중요한 동반자이자 고객이라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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