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추진된 공인인증서 상호연동이 인증기관간 이해득실 차이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인인증서 상호연동은 지난해 말 인터넷보안기술포럼(의장 이홍섭)이 표준 스펙을 제정한 후 11월 말까지 상호연동을 완료키로 했으나 올 2, 4월로 그 시한이 계속 미뤄져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인인증서 상호연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각 인증기관의 영업정책에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현재는 상호연동이 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을 겪지 않지만 앞으로 공인인증 애플리케이션과 인증기관이 확대될 경우에는 사실상 상호연동이 불가능해 이용자들이 크게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나=지난해 표준 스펙 결정 이후 한국정보인증·한국증권전산·금융결제원 등 3개 공인인증기관들이 상호연동 테스트를 끝낸 상태라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또 지난 3월 공인인증기관으로 지정된 한국전산원은 정통부가 상호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공인인증기관으로 승인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해결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표준 스펙을 상용서비스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표준 스펙을 기반으로 한 상용인증시스템을 판매하는 곳은 한국정보인증이 유일하고 한국증권전산과 금융결제원은 아직표준 스펙을 따르지 않는 구버전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준 상용시스템을 왜 내놓지 않나=관련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우선 비용과 서비스 신뢰도 문제. 공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한 업체가 상호연동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고 또 현재 서비스 중인 인증서버를 잠시 다운해야 한다. 이때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정지되고 만약 재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증시스템 도입업체들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K은행이 공인인증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중단돼 이용자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직 상호연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증시스템 도입업체가 이용자들로부터 별다른 항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게 시스템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증기관들은 도입처에서 꺼리는데 굳이 상호연동시스템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 측은 “표준 스펙을 내놓고 상호연동을 권고하지만 사용처에서 도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상호연동이 불가능해지고 그 피해는 일반 이용자들이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결정적 요인은 ‘영역다툼’=관련 업계에서는 공인인증기관들이 상호연동시스템을 내놓지 않는 실질적인 이유는 확보한 영역을 뺏기지 않기 위한 ‘이기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하고 있다. 현재 각 공인인증기관 사이에서는 ‘금융결제원=은행’, ‘한국증권전산=제2금융권’, ‘한국정보인증=민간기관’, ‘한국전산원=공공기관’ 등 암묵적으로 영역이 나뉘어 있다. 그러나 상호연동시스템으로 교체될 경우에는 이 같은 영역이 파괴돼 자신들의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상호연동시스템을 선보이는 데 주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관련 업계에서는 공인인증기관들의 상호연동 문제는 당분한 해결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며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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