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6)세계는 지금 50/50 경영혁신 열풍

 유통산업이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짊어지고 있는 짐이 있다면 아마 ‘재고부담’과 ‘결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재고부담은 원활한 상품조달과 현금흐름을 가로막고, 결품은 매장을 찾는 고객이 등을 돌리게 하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두 가지 모두 유통업체로서는 매출확대와 수익보전에 심대한 타격이 될 만한 장벽이다. 궁극적으로는 유통업체가 상품을 조달하는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납품-대금지급의 선순환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적절한 생산량과 납품량을 조절하지 못해 경영위기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재고부담과 결품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경영전략으로 ‘50/50 경영혁신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50/50 경영혁신운동이란 재고와 결품률을 각각 절반씩 줄이자는 것. 단순한 캐치프레이즈지만 유통·제조업체들의 영원한 숙제, 재고부담과 결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자는 전략이다.



 ◇태동=50/50 경영혁신전략은 변치 않는 유통·제조업체들의 생존원리를 근본에 깔고 있는 만큼 새삼스런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올 초 아시아지역의 민간기구인 ‘효율적소비자대응(ECR) 아시아’가 올해 공동 과제로 선언하면서 현재 역내 다국적 기업과 대형 유통·제조기업들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다재고는 비용발생의 주범이며 품절은 고객서비스 수준을 떨어뜨리고 판매기회를 상실케 하는 원인.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도구로 정보기술(IT)의 활용도가 극대화되면서 최근 50/50 경영혁신전략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정확한 판매정보에 따르기보다 즉흥적인 생산·조달계획에 의해 유통망이 형성됨으로써 비용부담과 수익유출의 요인이 끊임 없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황=올해 ECR 아시아는 50/50 경영혁신전략의 일환으로 ‘생산자관리재고(VMI)’ 프로젝트를 각국에서 진행중이다. VMI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판매·재고 정보를 전자문서교환(EDI)으로 제공하면 제조업체는 이를 토대로 과거 데이터를 분석, 상품의 적정 납품량을 결정해주는 시스템 환경이다. 유통업체는 재고관리에 소모되는 인력·시간 등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제조업체로서는 적정생산 및 납품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도 기업 스스로 강력한 필요성을 깨닫고 50/50 경영혁신전략 도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지름길은 바로 SCM이라는 데 업계의 공통된 결론이 내려진 상태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유통정보센터, 민관 대표기관으로 구성된 한국SCM민관합동추진위원회는 그 산파역을 맡고 있다. 이들은 연속보충(CR)·협업설계예측보충(CPFR)·크로스도킹·카테고리관리(CM) 등 크게 4가지 분야에서 대형 유통·제조업체들과 시범 적용을 준비중이다. CR의 경우 롯데쇼핑마그넷·엘지유통·한국까르푸·한화유통 등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 4개사, CPFR는 롯데쇼핑마그넷·한국물류·한국까르푸 등 3개사, 크로스도킹은 농협하나로마트와 신세계이마트, CM은 롯데쇼핑마그넷·엘지유통 등 3개사가 각각 뜨거운 관심 속에 도입을 추진중이다.

 ◇필요성=50/50 경영혁신운동은 적어도 제조·유통기업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전략적 과제다. 이와 관련, 전세계 생활소비재 업계 1위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의 행보는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P&G는 50/50 경영혁신전략이 부르짖고 있는 ‘재고·결품’ 절반감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완벽을 추구하고 있다. 재고부담과 결품률 ‘제로’를 향한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P&G는 ‘스마트패키지’로 명명된 기술을 활용, 고객이 매장 진열대에서 자사 생산제품을 집어드는 순간 곧바로 생산시스템에 매출 정보를 전송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자사 제품에는 포장단계에서 소형칩을 부착, 매장진열대와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 중앙 데이터베이스(DB)까지의 정보전송 방식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원리다. 기존 SCM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침체된 자사 경쟁력을 타개하기 위한 야심찬 구상인 셈이다. 최근 판매부진을 겪어왔던 P&G는 지난 3월 세계적으로 전 직원의 9%에 달하는 96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50/50 경영혁신전략은 비록 P&G의 욕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조·유통업계가 새로운 활로에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경영기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SCM 기반환경이 속속 정비돼 본격적인 확산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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