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3월과 4월 두달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투자가 갈수록 위축되는 등 국내산업이 장기불황 조짐을 보이자 민·관이 위기에 빠진 수출시장 회생에 적극 나섰다. 특히 정부와 업계는 최근의 상황이 자본재 수입감소에서 나타나듯 일시적인 수출부진이 아닌 생산과 수출이 동시 감소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수출 확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갈수록 불안해지는 수출전선을 안정기조로 바꾸기 위해 업종별 단체·조합 등을 통해 경쟁력 1위 26개 품목, 경쟁력 상승 27개 품목을 발굴하고 KOTRA·무역협회·산업디자인진흥원·중소기업청 등 관련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맞춤형 수출마케팅을 지원하는 종합시책을 전개키로 했다. 또 전경련·전자산업진흥회 등 경제단체들과 업종별 대표들은 3일 간담회를 갖고 수출환어음 매입 활성화, 현지법인별 지급보증한도관리 방식의 본사총액한도 방식으로의 전환, 종합상사 부채비율 완화 등 수출증진을 위한 제도 및 환경 개선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특히 수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전자·정보통신 업계는 수출확대 여부가 국내 전체 경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 부진한 제품의 수출회복과 호조세를 보이는 제품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비상대책반·해외시장개척반을 가동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LG필립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수출감소가 물량감소 때문이 아닌 가격하락 때문이어서 주력시장인 미국의 시장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대체시장 발굴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하반기 미국시장 호전시 수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세대교체 및 주 수요처의 사전확보를 위해 업체별 대책반을 현지시장에 파견하는 등 준비에 철저를 기울이고 있다.
세계시장 둔화로 수출부진과 수익성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삼보컴퓨터·삼성전자 등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계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패턴을 공급자주도설계(ODM)방식으로 전환하거나 브랜드 수출을 강화하며 수출액 확대 및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유럽과 신흥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지역 다변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가전 3사는 내수 및 미국 IT산업 경기가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현지법인의 영업력을 극대화,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디지털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품목 고부가가치화로 난국을 타개해나갈 계획이다.
세계 광저장장치 시장을 석권하며 이 분야 수출로 호조를 누리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비중을 높여 호조세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수익성 한계에 이른 CD롬 드라이브를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하는 대신 DVD롬 드라이브, CDRW 등의 국내 생산을 강화해 전년대비 매출액을 20% 정도 확대키로 했다.
올들어 가장 호조세를 누리고 있는 무선통신기기업계는 CDMA단말기에 이어 최근 중국 CDMA 장비수주를 계기로 10%에 이르던 수출증가세를 2배 이상 늘려 올해안에 주력 수출품목으로 등극시키고 CDMA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방침이다.
정부도 3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제도정비와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악화된 수출환경 극복의지를 밝혔다.
특히 조기성과를 위해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동 4개국 순방 및 미국·CIS·중남미 등에 무역투자사절단을, 중국·중남미·북구 등에 IT사절단을 잇따라 파견하고 세계 각지 전시회 참가 및 시장개척단 파견, 상품 구매 상담회 등 마케팅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투자액의 10%를 변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시한을 올해 6월말에서 12월말로 연장하고 내년 3월로 잡혀있는 공제시기도 올 8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설비투자자금을 하반기중에 외자조달을 통해 26% 정도 늘리고 이달부터 IMT2000 출연금 중 1000억원을 지원해 곧바로 1만개 중소기업 디지털화를 지원한다. 신흥 수출유망업체인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신보의 보증지원을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2조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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