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18)공교육을 살리자

 정규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는 디지털 정보격차를 근본적이고도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이며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화교육은 더이상 사교육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다. 그 중요성을 고려해 학교를 통한 공교육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사항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 및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제7차 교육과정의 본격 시행으로 초등학교 컴퓨터교육이 의무화하는 등 학교를 통한 정보화교육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교과서와 칠판에 의존해 왔던 초중고 교육방식이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기기를 활용한 멀티미디어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또 미진했던 정보기술활용교육도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학교 정보화교육은 크게 정보인프라 구축, 교사연수,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교육과정의 개선 등 4개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들 4개 요소가 하나도 빠짐없이 제대로 이뤄질 때 정보격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교육을 통한 정보격차가 해소되기 위해선 이 4가지 요소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떤가. 우선 정보인프라 구축면에서 보자. 이것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초중고등학교 모든 교사와 전교실에 PC 한대가 주어졌으며 전학교에 초고속인터넷통신망이 연결됐다. 지난 99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다.

 그러나 아직까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PC 한대당 학생수는 아직도 17.4명에 이른다. 일대일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2단계 학교정보화발전방안을 시행해 내년까지 PC 한대당 학생수를 5명으로 낮추고 인터넷통신속도도 현재 256Kbps에서 2Mbps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이면 정보인프라 구축은 어느정도 갖춰지게 될 것 같다. 문제가 있다면 컴퓨터시스템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시스템 교체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민간기업 참여 등 다양한 해소방안이 강구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교사들에 대한 정보화교육도 우리가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분야다.

 정부는 이와 관련, 매년 교사들의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전교사의 25%에 해당하는 8만5000명을 대상으로 정보화연수와 특별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 전국 13개 사범대학에 정보화기반이 구축됐으며 컴퓨터교사 동호회 지원, 교육정보활용능력 평가지원 등이 시행됐다. 올해도 이같은 지원방안은 강화될 것이어서 전망이 밝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교사들의 정보화는 아직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사는 젊은 학생들에 비해 컴퓨터 및 정보화교육의 수용능력이 떨어지고 막연한 두려움마저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정보화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보화교육을 맡을 전문교사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존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에게 일정한 소양교육을 실시하는 수준으론 정보화교육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용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수급문제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사들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육용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할 수 없어 그나마 갖춘 정보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사 소프트웨어가 있다 하더라도 구입예산을 따로 확보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심지어 교사 개인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정부차원에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교과과정의 개선도 중요하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학년이면 컴퓨터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컴퓨터과목이 국어나 산수처럼 독립교과로 편성돼 있지 않다. 초등학교에서는 이에 따라 재량활동시간에 수업이 진행된다. 중고교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이다.

 예비교사들은 이에 따라 굳이 컴퓨터심화과정까지 이수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향후 독립교과 편성을 통해 교육의 실효성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학년별로 정보화교육을 차별화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정보화교육에 대해 ‘컴퓨터의 작동법’에서 ‘홈페이지 관리’까지 5단계의 수업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나 일선 학교의 교육은 학년별로 천차만별이다.

 실례로 중학교에서 배운 워드프로세서를 고등학교에서 또 배울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학생의 흥미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보화교육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교과과정에서의 개선의 여지가 크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학교 정보화 교육 현장

 지난달 인천의 한 초등학교 3학년 자연수업시간.

 교사와 학생들은 교탁 옆에 설치된 펜티엄Ⅲ 최신 PC를 이용해 식물의 성장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갔다.

 클릭후 불과 10초.

 

PC에 연결된 대형화면에 질경이풀 등 식물이 쑥쑥 크는 장면이 나오자 학생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는 지난달 20일 전국의 모든 학교와 교실에 인터넷망이 개통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수업풍속도다.

 텍스트문서는 말할 것도 없고 동영상과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실시간 교실에 제공돼 수업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모든 학교에 컴퓨터실이 따로 있고 교실마다 PC가 마련돼 있는 것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세계 어느곳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없다.

 국내 모든 학교에 설치된 PC에는 최소 256Kbps 이상의 인터넷전용선이 연결돼 속도 또한 세계 최고수준이다.

 통신료 부담도 적어 국내 학교에서 256Kbps 선로를 사용하는 경우 5년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학교정보화를 위한 우수한 인프라 못지 않게 초중고 학생들의 정보화 수준 또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지난해말까지 우리나라 전국 초중고생의 70% 이상이 정보화능력을 인정하는 정보소양인증을 받았다.

 지난달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전문조사기관인 인터넷메트릭스사에 의뢰한 인터넷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중고대학생의 인터넷 이용률은 95%로 나타난 가운데, 특히 초등학생의 인터넷 이용률이 급성장해 지난 99년 13.2%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지난 해 12월에는 51.8%로 비약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지난 3월에는 지난해 12월보다 22.3% 증가한 63.5%를 기록할 정도로 학교정보화를 위한 인프라와 학생들의 인터넷 이용률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김원배 adolf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