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문화부 정책 방향-문화 콘텐츠로 국가 초석 다진다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3월 말 본사 주최의 ‘정보통신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구가 2000만명이며 초고속 가입자도 400만명을 넘어 섰습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위성 방송의 채널은 250개까지 늘어나게 되고 여기에 디지털 방송, 케이블 TV, 인터넷 방송 채널까지 합치면 3년 내에 방송 채널이 1000개 정도로 늘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많은 채널들을 다 채울 내용 즉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고속도로는 다 깔아 놨는데 그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과연 마련되어 있는가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꼭집어 e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장관의 이같은 지적은 e홈이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웅변한다. 유무선 인터넷, 디지털 방송, 위성 방송 등과 같은 정보 네트워크가 아무리 강력하게 구축돼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안방에서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e홈은 한낱 구호나 개념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문화관광부는 기존 아날로그 콘텐츠를 디지털로 바꾸는 한편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미래지식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문화산업 비전21’이라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부는 출판·영화·비디오·애니메이션·게임·음반·방송·캐릭터 공예·광고·신문잡지 등을 10대 중점 문화산업으로 보고 향후 2003년까지 총 2조9328억원을 투자하는 한편 각종 제도개선 등을 통해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2003년까지 7200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반조성사업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문화산업지식정보 네트워크 구축(1339억원), 전문인력 양성체제 구축(686억원), 창업제작의 촉진 및 수요기반 확충(4361억원), 해외시장 진출 강화와 수출 전략상품 개발(3788억원) 등 5대 중점 사업을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을 통해 문화부는 지난 99년 기준 20조원 정도인 문화산업 규모를 2003년에는 35조원으로 66% 정도 파이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표참조

 이같은 사업을 통해 2003년께는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게임산업은 세계 3대 국가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위성·디지털 방송의 도입으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이는 첨단 영상·방송 분야에 집중 투자해 방송영상물 제작규모를 73억달러(세계시장의 4.3%)로 늘린다는 목표다.

 올해의 경우 문화부는 문화산업 분야에만 1475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산업진흥기금 500억원과 영화진흥금고 400억원 등을 운영해 총 900억원을 영화·게임·음반·영상 등 문화산업 콘텐츠의 제작 활성화를 위한 직간접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는 별로로 도서관 정보화에 498억원(정보화촉진기금 포함), 국어정보화사업인 21세기 세종계획에 17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는 △자본금 2000억원 규모의 고품질 콘텐츠 개발회사인 ‘코리아ⓔ뮤지엄’ 설립 △지역별 첨단 디지털 테마파크 조성과 같은 새로운 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문화부가 특별정책 과제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코리아ⓔ뮤지엄’은 초기단계에 유무형의 국가 문화재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사업에 주력하게 된다. 문화유산, 생활·설화·민속 등 사라져 가는 문화자산들이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바뀌어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

 ‘코리아ⓔ뮤지엄’은 다음 단계로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등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는 등 문화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게 된다. 문화부의 청사진 대로라면 ‘코리아ⓔ뮤지엄’은 200개 이상의 디지털 콘텐츠 업체를 육성함으로써 국내 콘텐츠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위성방송 개막과 IMT2000 등으로 오는 2005년에는 영상채널이 1000여개, 인터넷 인구가 3000만명에 달하는 고도 정보사회가 도래하는 만큼 이에 대비해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분야의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또한 문화부는 첨단 디지털 콘텐츠 산업단지를 지방에 조성하는 사업도 시작한다. 수원(게임), 부천(만화영상), 광명(음악), 춘천(애니메이션) 등 지역별로 첨단 디지털 테마파크를 조성해 관련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부는 이같은 직접적인 육성지원 사업과 함께 제도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문화부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저작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번 개정에서 △디지털 콘텐츠 형태의 데이터베이스(DB)와 편집물 제작에 대한 투자보호 △온라인상에서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저작권권리 관리정보의 보호 △디지털 콘텐츠 등 저작물의 인터넷 유통을 둘러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한계 △영상제작자의 전송권 인정 등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는 특히 ‘편집물 제작에 대한 투자보호’ 조항은 콘텐츠를 보충하거나 경신하는 경우에도 ‘콘텐츠 창작성 권리’와 같이 복제·배포·방송·전송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또 DRM 솔루션 이용방법 및 조건·권리 등을 위해 ‘저작물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저작권 권리 관리정보의 보호’ 조항을 신설키로 했고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한계 규정조항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문화부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다음달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문화부는 정부 여당과 함께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문화콘텐츠 육성 특별법(가칭)’의 제정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김한길 장관은 지난 2월 초 제주도 KAL호텔에서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김용술)이 주최한 ‘지식경제시대의 문화 예술과 언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 김 장관은 “정보시대에는 문화산업도 기술 위주에서 콘텐츠 위주로 전환돼야 하며 문화 콘텐츠 산업을 본격 육성하려면 적어도 1조5000억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15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육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당정은 문화콘텐츠육성특별법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전담할 부서의 신설도 고려하고 있다. 문화콘텐츠과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게임·애니메이션·음악·방송콘텐츠·전자출판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정책과 관리를 총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산하의 재단법인인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와 문화산업지원센터(사무국장 이정현)도 문화콘텐츠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게임종합지원센터는 그동안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팅에서 벗어나 투자 확대, 원천기술 확보, 인력 양성 등 게임산업 저변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센터는 우선 현재 150억원 규모로 운영중인 게임투자조합과는 별도로 하반기에 200억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조합을 발족할 방침이다. 인력 양성을 위해 게임지원센터는 기존의 게임 아카데미와는 별도로 대학의 게임학과와 연계해 원격 교육을 통해 운영되는 4년제 사이버게임대학을 설립하는 한편 게임 업체들의 실무 인력 수요를 충원하기 위해 6개월의 단기교육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센터는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엔진을 구매해 국내 업체에 저가로 공급하고 향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개발 작업을 통해 국산 범용 게임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게임지원센터는 게임 개발사들이 온라인게임의 베타서비스에서부터 초기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육성을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문화산업지원센터는 올해 중점사업으로 △문화콘텐츠 투자조합 결성 △디지털 콘텐츠대전 개최 △해외 견본시장 참가지원 △해외방송국 한국가요 고정 프로그램 확보 △문화산업 벤처기업 경영지원 △해외 투자로드쇼 개최 △우수콘텐츠 사전제작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센터는 우선 애니메이션·음악·캐릭터 등 문화콘텐츠의 안정적인 제작자금 지원을 위해 정부출연자금 50억원과 민간자금 150억원 등 총 200억원 규모의 민관합동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했다.

 또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도 초기자금 부족으로 상품화하지 못하는 업체나 개인을 지원하기 위해 총 25개 우수작품에 5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사전 지원하기로 했다. 사전 제작지원 작품으로 선정되면 문산센터의 첨단제작장비를 활용할 수 있고 국내외 홍보마케팅도 지원된다.

 오는 7, 8월에는 디지털콘텐츠엑스포를 개최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종합 산업박람회로 육성하기로 했다. 올해 디지털콘텐츠엑스포는 2002년 본 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한 프리엑스포 형식으로 비즈니스 중심의 전시상담, 투자설명회, 세미나 등이 개최된다. 또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지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해 국내 업체의 중국·일본 진출을 지원하고 동북아 문화콘텐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센터는 또 상하이뮤직페스티벌·MIFA 등 총 8개의 문화콘텐츠 해외견본시장에 국내업체의 참가를 돕기 위해 총 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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