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예산 10억원, 직원수 10여명, 보육기간 1년. 가진 것은 오직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패기.
삼성SDS 사내벤처 4개사의 공통점들이다. 대기업의 안정된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위한 출발선에 도열한 셈이다. 다소 떨리는 긴장감이 감돌지만 벤처를 선택한 4명의 소사장들에게는 자기가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다.
박용일 플러스허브(Plushub) 사장(39)은 지난해 3월 플라스틱 B2B 포털사업을 아이디어로 제안해 출발했다. 삼성물산 박세리 지원팀 출신인 박 사장은 외부인(?)으로서 삼성SDS 사내벤처를 따낸 인물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시절, 그는 17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에 비해 상거래간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국내 플라스틱 시장에 주목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삼성SDS에도 유사한 아이디어가 제안돼 있었고 박 사장과 삼성SDS가 플러스허브를 출범시켰다. 사내벤처로 출범한 지 이제 1년. 5월께 분사를 앞두고 그는 기존 오프라인의 플라스틱 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우선은 플라스틱 공급업체와 수백개 수요업체간의 거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분야의 e비즈니스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박 사장은 조직원에서 조직의 대표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에서 달라진 점으로 외부의 시선을 꼽는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좀더 주목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한층 더 크다. 모델로 삼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면 제일모직의 원대연 사장. 그는 원대연 사장이 CEO로 취임하기까지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봤다. CEO가 되기까지 한직으로 물러나 있으면서 결국 자기의 길을 개척한 원 사장의 의지를 높게 산다.
박경원 캐드앤파트(CADⓝPart) 사장(35)은 총각이다. 주말이면 교외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낙천적인 성격이다.
그는 최근 분사를 통해 사내벤처에서 명실공히 독립법인을 설립했다. 설립하고 보니 이날이 마침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출발부터 상서로운 징조다. 박 사장은 분사를 하고 나니까 벌써부터 회사 운영자금 흐름부터 눈에 들어온단다. 당장 투자를 받으면 좋지만 앞으로 1년간은 혼자 힘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기존의 자금으로 1년간 알뜰살뜰하게 꾸려나가겠다는 의지다. 직원들에게는 ‘삼진아웃’ 제도를 천명했다. 1개월에 1억원 정도의 매출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3개월간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다.
박 사장은 삼성SDS의 사내벤처 성공사례로 일컫는 네이버와 경쟁한 적이 있다. 97년 네이버가 사내벤처로 출범할 때 박 사장의 B2B e마켓플레이스 사업 아이디어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4월 출범한 것은 세번만의 성공이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당시에는 개념조차 모호하던 때여서 그 때 시작했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B2B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에 이르렀으며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그는 판단한다.
어려서부터 껌을 만드는 롯데가 ‘그냥’ 좋아서 롯데에 입사하고 싶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박 사장은 신격호 롯데 회장을 자신의 모델로 삼았다.
김동우 알스마그나(Ars-Magna) 사장(37)은 솔루션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통계학 박사 출신이다. 사람좋고 편안한 인상은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그의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척이나 어려운 회사이름인 알스마그나는 라틴어에서 따왔다. 알스마그나는 ‘위대한 예술’이라는 뜻.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우 사장이 사내벤처로 뛰어든 것은 집안 내력이 크다. 형제들이 모두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인 점이 그것이다. 김 사장은 자신이 제일 늦게, 제일 작은 회사로 시작한 셈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내력 때문에 회사 운영상의 어려운 점이 있으면 주로 형제들에게 자문을 구한다. 전화번호 신청과 관련한 집안의 조언은 참 재미있다. 김 사장은 행운의 숫자 7과 관련한 번호를 염두에 두었으나 집안의 조언을 듣고는 ‘3030’ 번호부터 신청했다. 3030은 성공성공이라나.
구홍식 아이에프키(IFKey) 사장(37)은 발명의 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사장은 회사 생활 15년간 90여건의 발명특허를 신청했다. 기반기술, 상용화, 시장진입 등이 발명한 제품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선방식의 지문인식 솔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문은 전체 생체인식 시장의 34%를 차지하는 성장 가능한 시장으로 이에 대한 기술 차별화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신제품 개발을 완료한 단계에 이르렀으며 곧 열쇠고리 크기의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ID와 지문의 일대일 대응으로 기존 방식보다 속도가 빠르고 보안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장점이다. 4개 회사중 유일하게 제조업에 기반한 구 사장은 제조업 벤처 설립에서 초기 투자금이 많아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첫번째 어려움으로 꼽는다. 구 사장은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사고의 폭도 남다르다. 회사 경영방침은 모든 게 마음에 달려있다는 ‘일체유심조’로 ‘마음의 경영’을 외친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실패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