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경영혁신 선언 의미

데이콤이 26일 발표한 경영혁신 및 비전은 데이콤이 현재 처한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급변하는 정보통신업계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천리안사업과 전화사업을 분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점은 데이콤의 형세판단 정도를 가늠케하고 있다.

 데이터통신전문업체로 자리잡아왔던 데이콤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인 IMF 이전까지만해도 천리안서비스를 통해 컴퓨터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최고 기업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기업.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드라이브를 건 국제전화 및 시외전화사업을 통해 얼마 전까지만해도 한국통신에 이은 제 2기간통신 사업자로 자리잡아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데이콤이 대표적 주력사업이자 핵심역량을 집중해왔던 PC통신서비스 천리안과 전화사업을 분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데이콤이 모험에 가까울 정도의 이같은 구조조정 내용을 밝힌 것은 사실 최근 정보통신 흐름에서 뒤처졌음을 자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리안의 경우 지난 98년을 전후로 본격화된 웹 기반의 무료포털서비스에 밀렸고 90년대 후반 대대적 투자를 진행했던 전화의 경우도 급속도로 대세를 점한 이동전화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LG로의 경영권 이동과정에서 최근 3년간 인터넷 등 신규사업과 관련한 별다른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고 기존사업의 구조변화도 시장의 흐름 및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은 데이콤에 치명적이었다.

 급변하는 정보통신 기술 및 시장흐름 속에서 3년간 사실상 손발이 묶여있었고 의미없는 투자만 진행했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운서 신임대표는 수익성에 기초한 집중과 포기의 원칙 하에서 지금까지는 마이너사업이었던 인터넷네트워크 및 e비즈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넘는 천리안 및 전화사업의 분사와 함께 비핵심기능은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겠다는 경영혁신 선언은 모험에 가깝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콤은 앞으로 천리안 및 전화사업 분사추진 외에도 이미 분사가 확정된 텔레센터를 비롯하여 빌링센터, 네트워크 구축 및 운용 등 전문기능과 식당 등 단순기능은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게 된다.

  B-WLL, 글로벌스타, 초고속인터넷(보라홈넷), DMI사업은 손실을 최소화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해당분야 전문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또는 매각, 철수키로 했다.

 이에 반해 데이콤의 핵심사업이 될 인터넷데이터사업, e비즈사업, IDC사업에는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올해부터 2003년까지 6000억원을 투자하여 2004년까지 지난해 매출규모와 비슷한 1조원 상당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데이콤은 이제부터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어려움을 내부에서 다독거려야하고 외부로는 핵심사업으로 정한 인터넷네트워크 및 e비즈사업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박 부회장이 천명한 강도높은 고비용구조 혁신은 노사동의 과정에서 일정부분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보여 이 부분이 데이콤의 내부혁신을 가늠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박 부회장은 매년 10%씩의 비용절감과 함께 1000여명의 감원, 연월차사용, 상여금 반납, 복리후생 축소 등을 통해 인건비를 25∼30% 줄인다고 선언한 상태다.

 데이콤은 파업 등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극심한 노사대립을 해왔던 기업임을 상기한다면 박 부회장의 이번 경영혁신선언의 성공여부는 노측의 충분한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이 박운서 부회장은 “이번 경영혁신과 사업구조조정 계획에는 전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전 사원을 대상으로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고통분담을 설파하고 있다”며 “이번 경영혁신 노력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