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굴뚝 중소기업의 경영정보화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모든 생물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은 살아남지 못한다.”

 다윈이 주장했던 진화의 세 가지 원칙은 기업세계에도 꼭 맞아 떨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초일류 기업이었던 회사가 사라지는가 하면, 신흥 기업이라도 시대흐름만 제대로 타면 하루아침에 재벌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생물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부침현상은 글로벌리제이션·기술혁명·지식기반사회로 대변되는 디지털시대에 접어들수록 더욱 심화되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변혁이라는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 들어 e중소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굴뚝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시대흐름과 경영환경의 변화를 확실하게 읽고 위기의 본질에 제대로 대응하는 경영자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모든 기업이 ERP를 도입하고 e비즈니스에 나서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디지털 경영환경이라는 변화에 순응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선택의 문제였던 정보화가 이제는 기업의 운명을 가름하는 필수과목으로 바뀌고 있다.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발·제조·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인터넷과 접목되는 것이다. 따라서 굴뚝산업에 속해 있는 전통기업은 물론이고 모든 기업이 경영정보화에 나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e중소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경영정보화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중소기업이 정보화를 ‘강건너 불보듯’하고 있다. 팩스·카탈로그·기안서류 등을 더 편안하게 느끼고 정보화를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혹시 우리의 변화 여부와 상관없이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정보기술만 도입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 겉은 디지털이나 속은 아날로그인 기형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변화는 당연히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굴뚝기업이 IT화에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대답은 천차만별이나 상의가 ‘디지털혁명과 e비즈니스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10가지 계명이 가장 해답에 근접하는 것 같다.

 그 내용은 (1)기존의 규칙을 파괴하는 자(룰 브레이커), 규칙을 흔드는 자(룰 셰이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자(룰 메이커), 규칙을 수용하는 자(룰 테이커) 가운데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하라 (2)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일부 기존 거래처와 관계를 끊어라 (3)고객에게 잠재욕구를 알려주고 개별적으로 만족시켜라 (4)비용감소보다는 수익증진 기회를, 개별 거래단위보다는 프로세스에 집중하라 (5)이해관계가 같은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창출해 필요한 핵심 능력을 구축하라 (6)전통적인 생각을 뒤집어라 (7)업무를 신속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라 (8)네트워크 전체를 위한 전략을 세워라 (9)브랜드 자산과 채널 자산을 생각하라 (10)선형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만 잘 지키면 e비즈니스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상의의 주장이다.

 그동안 e비즈니스로 변신하기 위한 투자에 인색했을 뿐 아니라 제조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경영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우리의 굴뚝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십계명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e비즈니스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모든 비즈니스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디지털시대가 조만간 열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영정보화를 서둘러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선진국과의 정보격차가 지금보다 커지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의 경우 전사적자원관리, 공급망관리, 고객관계관리는 물론이고 그동안 부서별로 관리해 오던 재무·인사·생산·영업정보를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등 고도의 문제 해결(solution) 중심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차일피일 정보화를 미루다 자칫 실기라도 하는 날이면 영원히 2등 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정보화라는 것을 중소기업 경영자는 물론이고 정책 당국자들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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