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과 소니가 이동전화단말기 합작사(SEMC:소니에릭슨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를 설립키로 합의, 이동통신 장비산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SEMC는 오는 10월부터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 5050만여대(세계 시장점유율 약 12%), 관련매출 약 72억달러, 직원수 3만5000명을 보유한 공룡기업으로 등장, 이 시장에 거센 바람을 몰고올 태세다.
에릭슨측은 “SEMC가 성장하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및 무선인터넷 시장을 겨냥한 이상적인 파트너십”임을 강조하는 한편 “내년에 이동전화단말기 판매량 세계 1위에 오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T2000 기술협력,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기대해온 국내 장비업계에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올초 에릭슨이 이동전화단말기 자가생산을 포기하면서 국내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가 높았던 것. 그러나 SEMC의 탄생으로 보다 높은 수출장벽(경쟁)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IMT2000 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관계를 맺은 LG전자와 에릭슨의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의 인장강도를 지니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측은 “에릭슨과의 제휴는 IMT2000 시스템분야에 한정된 것”이라며 “단말과 무관하기 때문에 SEMC 출범에 따른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에릭슨코리아측도 “한국기업에 대한 폭넓은 문호개방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릭슨코리아 한 관계자는 “한국의 몇몇 유명 단말업체들도 이번 합작사 설립 타진대상으로 검토됐지만 본사가 소니의 기술경쟁력과 브랜드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에릭슨이 소니를 선택함으로써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장비업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 됐다.
사실 LG전자와 소니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 경쟁력은 큰 차이가 없다. 두 회사는 지난해 나란히 약 750만대의 이동전화단말기를 판매해 세계 시장점유율 2% 내외를 기록했다. 차세대 단말기 기술력도 비교우위를 논하기 어렵다. 다만 가전분야에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 차이가 ‘LG·에릭슨’이 아닌 ‘SEMC’의 탄생을 불러온 것이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독자적인 세계시장 진출이 이동단말사업 기본전략”이라며 “SEMC도 좋은 경쟁자로서 LG전자 단말사업 발전을 위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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