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패러다임으로 불리면서 전세계를 휘감았던 IT산업의 성장신화가 흔들리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주가는 곤두박질이다. 신경제 성장의 엔진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그러나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IT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보사회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고, 이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모든 분야의 붕괴로 이어진다.
역사의 후퇴다. 더욱이 산업사회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천년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한국에 IT산업은 유일한 희망이자 돌파구다. 전자신문사는 IT산업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좌표를 되새겨보고 국가경영전략 제1순위로서의 IT산업정책,
발전적 대안 등을 탐사보도한다. ‘IT산업 재조명’이라는 대명제 아래 연중기획시리즈로 출발하는 첫회, 우리 사회의 원로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이택기자 etyt@etnews.co.kr>
곽수일 교수=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몰아쳤던 IT열풍이 최근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미국내 대다수의 IT기업이 극심한 매출격감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따라 금융가를 중심으로 IT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IT산업의 이같은 현주소를 두고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잠시 조정기를 겪는 것 뿐이라는 긍정적인 분석 두가지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최근의 IT산업 성장세 둔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IT산업이 당장 힘들고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보다 과감하게 IT산업을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이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남궁석 의원=미국 새너제이 지역의 100개 기업 중 85개 기업이 문을 닫아도 지역의 경제규모는 차이가 없이 오히려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체 산업이 침체한 탓이 아니라 일부 경쟁력없는 기업들이 퇴출당한 결과이기 때문이죠.
이어령 전 장관=그렇습니다. 일부 닷컴기업이 파산했다고 이를 전체 IT산업의 몰락으로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과거 자동차산업이 융성할 때 400여개의 자동차회사가 전세계시장에 난립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동차산업이 망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수백개의 자동차회사가 망했다고 해서 다시 마차시대로 돌아갔느냐는 점입니다. IT는 대세입니다.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죠.
이용태 회장=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IT투자에 인색해서는 안됩니다. IT의 가치와 생산효과를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투자는 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적인 분석에 따라 이뤄져야 하겠죠.
또 정부도 IT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고 IT산업을 21세기 주력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오명 회장=우리나라는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세계 IT시장의 전면에 부상할 수 있는 초석은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국내 IT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룬 인프라환경을 실제 IT산업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여기에 한국 IT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남궁 의원=국내 IT산업은 최근 몇년새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이같은 IT산업이 기존에 1900억달러에 달하는 수출산업과 합쳐진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구시대 관료나 경영자들과 달리 요즘의 국내 벤처기업 리더들은 재산의 사회환원 등 나름대로 ‘신윤리’를 갖추고 IT산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국민도 정보화에 대한 욕구가 높습니다.
저는 한국인 특유의 야생마적 기질이 정보시대에 꽃을 피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어령 전 장관=비디오기술을 처음 만든 것은 미국이고 이를 상품화한 것은 일본입니다. 하지만 이를 예술에 응용한 것은 바로 한국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인의 창조성을 볼 때 국내 IT산업이 세계적인 위치에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년간 IT산업의 양적팽창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질적인 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기업은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을 세우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여기에 국민의 정보화 욕구가 합쳐진다면 IT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곽 교수=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기술 정보강국이 되기 위한 국가 경영전략, IT산업의 현주소와 육성책, 바람직한 패러다임의 변화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이 회장=한국은 해외에서도 ‘IT강국’으로 인정받을 만큼 IT인프라 및 산업이 발달돼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 IT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한국 IT산업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령 전 장관=그렇습니다. 미국의 유력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 대해 ‘정보화 엔진을 장착하고 달리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전세계 IT시장에서 어디에 있는지조차 찾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죠.
남궁 의원=저도 정보의 대중화라는 면에서 우리나라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보고속도로’로 불리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은 한국의 정보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오 회장=그 부분은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된 고속인터넷은 한국 IT산업 성장의 기반이 됐습니다.
이 회장=한국의 IT산업 발전을 저는 두가지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 최고수준에 올라 있는 광대역인터넷과 전체 주식거래 가운데 60%를 온라인으로 해결할 정도로 선진화돼 있는 국민의 정보화 이용입니다. 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도 있겠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빨리 취하고자 하는 우리의 국민성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국민성이 예전에는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정보사회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셈이죠.
두번째 시각은 부정적인 것입니다. 비록 국민 개개인의 IT활용률은 높은 편이지만 정작 IT문화와 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할 정부와 기업의 IT수준은 이에 못미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비율은 4.3%로 세계 38위 수준에 불과합니다. 기업들도 일반국민의 IT수용속도를 못따라가고 있습니다.
곽 교수=이 회장님이 지적하신 대로 한국의 IT지수는 100점 만점이라고 칭찬만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정부나 기업을 보면 과연 사이버월드를 이끌어갈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밖에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남궁 의원=일단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차를 몰 수 있는 운전사가 필요하듯 정보고속도로같은 IT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어느정도 인프라가 마련된 지금은 IT활용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앞서 언급됐던 것처럼 정보화에서 개인(국민)이 가장 앞서고 기업과 정부가 뒤따라가는 형국이라는 점입니다.
이어령 전 장관=한국의 IT발전은 매우 빠르고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이것이 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민간차원에서 IT에 대한 관심과 추진력이 생겨났다고 봐야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중장기계획을 수립, 체계적인 IT산업 육성에 나서야 합니다.
남궁 의원=일정부분 동의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 마스터플랜의 부재 등으로 IT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IT투자규모도 문제입니다. 올해 정부예산 105조원 중 IT분야 예산은 정보통신발전기금을 포함해도 3조원 정도입니다.
IT산업과 환경이 발전하는 만큼 정부의 투자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이 부분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회장=21세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 불리는 IT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정책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재원조차 부족하다는 비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종 정책결정권자들의 정보화마인드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일선근로자, 공무원, 일반인의 정보화의지는 매우 높은 데 반해 정작 정책입안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곽 교수=그렇다면 앞으로 정부가 한국 IT산업 발전을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오 회장=우선 성과를 알리기 위한 과시성·전시성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IT산업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 정부는 너무 가시적 성과에 매달린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또 너무 큰 목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하나하나 수순을 밟아가며 IT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종합적인 국가 마스터플랜은 이미 마련돼 있고 국민적 동의도 충분한 만큼 중간단계의 구체적 정책을 차례로 제시,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합니다.
이어령 전 장관=정보화에 대한 콘셉트를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과거 마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던 시대에 자동차가 등장한 후 교통법·도로설계 등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재구축되는 데는 수십년이 걸렸습니다. 즉,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사고의 방향은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를 향해 있었던 것이죠.
현재 우리 정부도 IT산업 육성 운운하지만 콘셉트 자체는 과거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고속도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산업사회의 고속도로 개념은 무조건 달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보사회의 정보고속도로는 이와 다릅니다. 정부는 각 인프라마다 그에 걸맞은 콘텐츠와 콘셉트를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미국은 상무성이 직접 나서 디지털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발표하는 등 전체 경제의 기조가 IT에 맞춰져 있고, 실제로 지난 90년대 이후 미 경제의 상승을 이끌었던 것도 IT입니다.
정보화에서는 뒤처져 있던 일본도 지난 10년은 잊어버리자는 반성 아래 21세기 IT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모리 요시로 수상이 직접 ‘IT전략본부’의 수장을 맡아 수상관저에서 이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정부는 오는 2003년까지 전자정부를 완성하고 2005년까지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고의 IT국가가 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죠.
우리 정부도 장기적인 면에서 IT산업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다행히도 일반인의 정보화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IT정책 추진에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겠죠.
곽 교수=IT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기업이 갖고 있는 IT경쟁력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경우 정보화속도가 그다지 빠른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회장=과거 개화기에 우리나라는 선진기술 수용속도가 상당히 더뎠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난 60년대 산업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정보사회에서는 속도가 다소 느려졌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공문접수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학생들이 리포트를 인터넷으로 제출하는 대학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이어령 전 장관=우리 기업들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일본의 이동통신사업자 NTT도코모의 모바일인터넷서비스 ‘i모드’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현재 일본의 IT기업들은 i모드처럼 이동통신과 인터넷을 결합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가전산업과 인터넷을 연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처럼 게임기에 PC성능을 더하는 등 새로운 산업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지요.
우리 기업들도 과거 산업사회의 패러다임과 콘셉트는 잊어버리고 정보사회에 맞는 플랜을 수립해야 합니다.
남궁 의원=기업들은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IT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앞서 이 회장님이 언급하신 일본의 IT전략본부에는 이데오 노부키 소니 회장을 비롯해 일 IT산업계의 여러 리더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업이 잘되려면 먼저 국가가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 기업의 경영진들도 정부의 IT산업 육성책 수립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곽 교수= IT인프라와 국민의 IT활용능력 등 환경과 기반면에서는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 있지만 오히려 앞서 나가야 할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이 과거의 낡은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방상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정보화라는 측면에서 IT를 논해 볼까 합니다. 비록 우리 국민의 IT활용능력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 소득간·세대간·지역간에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 회장=IT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황에서 정보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정보격차해소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어 위안이 됩니다.
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주부 100만명 인터넷교육이나 국방부의 20만명 정보검색사 자격증 갖기 운동 등은 정보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문맹자가 많았던 지난 50∼60년대에 군이 문맹해소에 큰 도움이 됐던 것처럼 정보격차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령 전 장관=정보격차의 경우 사실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PC 몇대를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죠.
각 개인에게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장비를 갖고 있어도 이를 활용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IT를 활용해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사람들로 하여금 동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궁 의원=청소년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소년원이 정보화교육을 통해 선도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PC·인터넷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인식해 스스로 참여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소년원을 나온 후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계속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보화에서 소외된 계층에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정보화에 대한 욕구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곽 교수=정보격차 외에도 해킹·인터넷포르노 등 정보화가 가져온 부작용은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시지요.
오 회장=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에 지나친 신경을 쓰다보면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0년대초 전자오락실이 동네 골목마다 들어설 때 정부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를 강력히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전자오락실이 미래의 정보화능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계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국내 정보화를 앞당긴 요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PC방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죠.
이어령 전 장관=동감합니다. 부작용을 두려워한 나머지 섣불리 규제나 통제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미국의 철도 발전에는 갱들도 일조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열차를 습격하는 범죄가 늘어나자 열차속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이는 곧 승객들의 여행시간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 왔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정보화에서도 여러 부작용에 대한 해결 노력을 통해 오히려 전체 IT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킹범죄가 증가한 후 인터넷보안산업이 급속히 발전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인터넷상의 유해물이 실제 사람들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유해물이 오프라인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기록·정리=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좌담회 참석자 명단
-곽수일 서울대 교수(사회)
-남궁석 민주당 의원
-오명 동아일보 회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화여대 석좌교수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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