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들은 자신들의 기술수준에서 실현 가능한 디자인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브랜드파워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디자인에 과잉투자를 하게 되면 가격경쟁에서마저 뒤지게 되니까요.”
클립디자인(http://www.clipdesign.co.kr)의 김홍기 사장(45)은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디자인은 해당 기업의 기술 수준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 기술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아무리 디자인에 투자를 해도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으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면서 디자인으로 한몫 보려는 생각에 쐐기를 박는 말이다.
“LG전자가 선보여 신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휴대폰 ‘카이코코’가 바로 저희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이 LG의 브랜드파워 없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최근들어 시장성공의 요인으로 디자인차별화가 자주 지목되는 것에 대해 그는 디자인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가 적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적인 트렌드에서 벗어난 디자인으로 승부하려는 것은 오히려 악수(惡手)라는 것.
“지나치게 장식적인 디자인은 제품의 질을 떨어뜨릴 뿐입니다. 중소기업일수록 심플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이 요구됩니다.”
83년부터 삼성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일하다 91년 독립한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기술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20여년간 디자인 컨설팅을 해온 김 사장은 이제 마케팅컨설턴트의 경지에 이른 느낌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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