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한니발 박사가 돌아왔다

10여년 전 극장가에 숱한 화제를 뿌렸던 ‘양들의 침묵’이 더욱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잔혹한 정신병자 한니발 렉터 박사(앤터니 홉킨스)가 그를 감시하던 경찰들을 죽이고 사라져 버린 사건이 있은 지 10년이 흐른 어느날.

 렉터 박사를 이용해 연쇄살인범을 잡았던 FBI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줄리언 무어)은 마약범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아이를 가슴에 안고 총을 쏘아대던 여인을 사살하게 되고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청문회에 회부된다.

 이때 스탈링에게 한니발 렉터 박사로부터 위로편지가 도착하고 경찰 간부들은 한니발의 존재를 확인하자 그를 잡기 위한 수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렉터 박사에게 코와 입술을 뜯어 먹히고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만장자 메이슨은 렉터 박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추적하고 있었다.

 마침내 메이슨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경찰로부터 렉터 박사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이 경찰은 렉터 박사를 메이슨에게 넘기려다 도리어 렉터 박사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다급해진 메이슨은 정부기관의 타락한 고위층과 결탁해 스탈링을 미끼로 렉터 박사를 잡기 위한 공작을 꾸미고 결국 렉터 박사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는데….

 ‘한니발’은 사람의 목을 잘라 뇌를 꺼내 요리해 먹는 등 잔혹한 장면이 많아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러한 잔혹성 때문에 당초 지난달 말에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심의에서 통과하지 못해 끔찍한 장면들을 까맣게 처리해 보이지 않도록 한 다음에야 상영할 수 있게 됐다.

 한니발은 전편에 비해 긴장감과 상상력, 의외성 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특히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면서도 표정하나 흔들리지 않는 앤터니 홉킨스의 연기는 여전히 섬뜩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자주인공 스탈링역은 전편의 조디 포스터 대신 독립영화의 여왕으로 불리는 줄리언 무어가 맡았다.

 한편 이 영화의 개봉으로 연일 국산 영화의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친구’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지에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

다.

 국내 영화팬들이 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과 배신을 다룬 ‘친구’와 사이코의 잔혹한 살인행각을 다룬 ‘한니발’ 사이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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