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10)인터넷 전화-음성전화 100년 역사 다시 쓴다

◆음성전화 100년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인터넷(IP)에 의해 음성도 하나의 데이터로 전달되는 인터넷전화(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환경처럼 인터넷이 기본화되면서 인터넷공중망을 통해 음성까지 주고 받는 일이 일상화됐고, 나아가 거추장스런 PC 없이 곧바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폰투폰(Phone to Phone)서비스까지 등장해 인간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0년은 아날로그가 됐든, 디지털이 됐든 분명히 비IP 음성전화의 시대였다. 독점성격을 강하게 띤 전화사업자들이 너나없이 골리앗처럼 몸집을 키운 것도 당연한 귀결로 통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IP는 인터넷전화를 만년 그늘진 자리에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다윗의 공격차례가 온 것이다.◆

 ◇상용서비스 빨랐다= VoIP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수년전 일이다.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에서 기술보고서가 나왔고 기술적인 접근은 이들 나라에서 먼저 진행됐다. 하지만 상용서비스는 우리나라가 한발 앞섰다.

 지난해초 새롬기술은 무료인터넷전화서비스 다이얼패드를 미국에서 먼저, 이어 한국에서 오픈했다. 다이얼패드의 폭발력은 한마디로 어마어마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단숨에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지금도 인터넷전화의 대명사처럼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후 다이얼패드와 유사한 형태의 웹투폰(인터넷에서 일반전화로 전화거는 방식) 인터넷전화서비스가 쏟아져 나왔고, 한국은 그야말로 인터넷전화의 격전장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인터넷전화 열기는 몇가지 동인을 안고 있다. 우선 인터넷 열풍을 타고 각 가정마다 급속도로 깔리기 시작한 초고속인터넷의 저변 확대가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전화서비스 상용화 초기, 인터넷요금을 절감된 전화통화료로 메운다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상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후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는 양자결합의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대중적 확산의 기회를 얻게 된다.

 또 초기 인터넷전화가 너나할것 없이 무료제공된 것도 이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물론 인터넷전화 무료전략이 향후 분명히 비용발생의 소지를 안고 있는 사업자에게 수익악화의 멍에를 씌우고 유료화 회귀라는 전략수정으로 종결됐지만, 초기 대중화의 촉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외국시장 승산 충분하다=인터넷전화 상용기술에서 만큼은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에 비해 상당한 우위에 서 있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관리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온 노하우도 동종 외국업체에 비해 탄탄하고 사업내실도 혹독한 시장환경을 거치며 많이 다져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폰투폰기술만큼은 세계 선두권을 확실히 유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는 이미 사업자들이 등장해 아직은 미미하지만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웹투폰시절부터 쏟아온 통화품질 개선노력이 하드웨어적으로든, 소프트웨어적으로든 상당한 수준에까지 도달한 것이 입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이 인터넷가입자 종주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점도 해외 인터넷전화시장보다 한발 앞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인터넷전화 이용 경험자들이 사업자들에게 유형·무형의 아이디어와 서비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해외 인터넷전화사업자들이 갖지 못한 인센티브다.

 실제 올초부터 여러 한국 인터넷전화업체가 해외법인 설립 또는 해당국가 인터넷전화시장 직접진출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경쟁력 우위를 바탕에 두고 있다.

 ◇세계시장 진출만이 대안이다=인터넷전화는 인터넷이라는 만국 공통망을 사용하는 전화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글로벌성격을 띠고 있다. 국내사업만 갖고는 도저히 승부를 낼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또 기술만 있으면 세계 어느곳에서도 빠르고 쉽게 상용화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가졌다.

 물론 표준화의 과제가 있지만 국내 VoIP상용서비스 기술 및 비즈니스모델, 장비수출은 빠르면 빠를수록 세계시장 접근이 용이하고, 세계표준화에도 한발 다가서는 것일 수 있다.

 또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장거리·국제전화를 일반전화로 걸 때보다 인터넷전화로 걸었을 때 확실한 비용절감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극대화해 부각시킬 수 있다.

 지난해 인터넷전화업체 대부분이 국내시장경쟁에 몰두해 무료싸움에 나선 것은 결과적인 오류로 판정이 났다. 국내이용자들이 ‘인터넷전화=무료’라는 데 익숙해 있는 반면 해외는 유료서비스의 가능성이 크고 넓다.

 이미 폰투폰 인터넷전화국 사업자들이 미국·호주·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남미 등에 현지진출을 위한 사업자를 빠르게 확보해 가고 있으며, 현지사업자들 또한 한국 폰투폰기술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등 결실의 가능성이 여물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이 세계환경에 기반하고 있듯이 인터넷전화도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기에 이른 것이다.

 ◇장비·인터넷기술 동반수출 가능성 크다=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기술 수출이 여러 파생효과를 발생시키듯, 역으로 인터넷전화의 해외진출을 ADSL수출의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VoIP의 세부기술인 VoDSL(xDSL망을 이용한 음성전화서비스)이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화를 한국 초고속인터넷기술의 해외보급에 동력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전화서비스 초기 초고속인터넷의 바람을 불러 일으킨 점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연관성은 단순히 가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성을 띠고 있다.

 아울러 게이트웨이나 게이트키퍼 등 인터넷전화 구현을 위한 핵심장비의 수출도 동반될 수 있다. 한국 인터넷전화가 독자적 기술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표준에 따른 기술진보를 진행하고 있는 한편에선 국산 VoIP장비가 세계표준에 맞춰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세계 어떤 환경의 인터넷전화와도 호환성이 확보돼야 하겠지만, 한국 인터넷전화에 관한 한 우리 장비와의 연결성이 뛰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특히 인터넷전화 해외진출시 해당 서비스사업자·장비업체가 컨소시엄형태로 힘을 합친다면 시장공략의 가능성은 물론 향후 열매의 충실성도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달 출범하는 인터넷전화협회가 인터넷전화서비스 세계시장 공략은 물론 국산 VoIP장비의 수출에도 상호협력키로 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좁은 국내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인터넷전화시장을 국내업체가 선점해 나간다면, 이후 VoIP장비는 물론 초고속인터넷기술의 관련시장 장악도 훨씬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향한 열린 시각으로 접근해야=해외시장 진출 결실을 온전히 국내 인터넷전화업계의 몫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자의 글로벌체질화가 우선 시급하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사업의 웅지가 여기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의 높은 성장가능성을 세계시장에서 올바로 펼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이 미래사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나아가 세계 VoIP시장의 흐름과 경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수요에 맞는 공략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인터넷전화경쟁이 서비스개선·기술경쟁 위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사업자들에게 던져진 숙제다. 안이한 생각으로 조금 앞선 기술에 자만한다면 외국사업자들의 추격에 머지않아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공격적 사업전개만큼 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을 한시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기술은 진보하고 시장은 확대된다. 인터넷전화가 통화품질의 한계를 넘어 대중화의 문턱에 바짝 다가서 있다. 바야흐로 국내 서비스 대중화와 함께 해외시장 공략의 대항해가 시작됐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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