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무료 제공 사칭 소비자 피해 현실로

 ‘광고를 보면 컴퓨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업체가 최근 부도를 내면서 당초 우려했던 소비자 피해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을 통해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노트북 등 컴퓨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벌여온 팁스정보통신이 최근 부도를 내고 연락이 두절되자 소보원 상담실과 각종 소비자 보호 관련 사이트에 피해 사실과 구제 방법을 알려달라는 소비자들의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서울뿐 아니라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은 개인적인 피해 호소나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조직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들은 팁스정보통신이 광고를 보는 대가로 계약자들에게 지급키로 한 돈을 의도적으로 미뤘으며 계약 후 제공하기로 한 컴퓨터 등 기타 관련 서비스도 4월 말로 미뤘던 점으로 보아 고의 부도를 낸 후 잠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지급받기로 한 컴퓨터의 수령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고액의 컴퓨터 대금을 할부로 결제한 상태며 관련 금융사들이 소비자 개인의 신용에 의한 대출 거래이므로 팁스정보통신 문제와는 상관없음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피해 소비자들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피해 소비자들은 팁스 피해자 모임을 결성한 후 팁스정보통신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고 H캐피탈 등 관련 할부금융 및 카드사들을 상대로 계약 미이행에 따른 대금지급정지를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와 관련해 경기도 평택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현황=피해 소비자들은 전국에 걸쳐 1000명 이상으로 파악되며 컴퓨터 구입 비용으로 평균 200만∼300만원의 돈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최소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중 지급받기로 한 컴퓨터를 아예 받지 못한 경우가 많고 컴퓨터를 받은 후에 광고 수입으로 받기로 한 돈을 한푼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피해자 중에는 계약 직후 해지를 요구했으나 팁스정보통신의 변명 및 회유·협박성 어투에 해지를 못한 경우도 있으며 몇몇 피해자는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로 제공키로 한 사항이 미뤄지는 것 뿐이라는 대답과 4월말까지는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통보에 해지를 미뤄온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지급 받은 후 의구심이 생겨 계약 해지를 요구한 한 피해자의 경우 팁스정보통신으로부터 내용증명 등 서류상으로 피해구제를 호소하면 개인적인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는 협박성 우편물에 해지를 못하고 현재 증거물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문제인가=이미 지난 3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무료 컴퓨터 제공을 빌미로 악덕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소비자 주의를 촉구하는 `소비자 경보 4호`를 발령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하루 1∼2건에 그쳤던 무료 컴퓨터 제공 관련 피해 상담이 올들어 급증해 하루 40여건씩 접수되고 있으며 입학을 앞둔 학생이나 컴퓨터 구입을 미뤄오던 저소득 계층이 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소보원의 소비자 경보 발령 후에도 관련 업체들의 영업은 계속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영업방식이 해당업체의 부도 등으로 이어지면 소비자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지만 실질적인 피해사실이 드러나기 전에는 영업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월 1회 쇼핑, 일정 수의 회원 추천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컴퓨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업체의 영업이 계속되고 있어 비슷한 소비자 피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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